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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골성지 신부님 글

3월 회보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3-01 조회수 : 230

  +그리스도 우리의 빛!

  마냥 추울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듯 모든 이들의 마음과 삶에 하느님의 따스한 빛이 비추길, 그 비추임으로 자비와 은총이 움트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차갑고 외롭고 힘들고 쓸쓸한 겨울을 마치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은총의 봄을 시작하시길 기도합니다.


  재의 수요일과 함께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십니까? 교회의 권고에 따라, 희생과 극기를 위한 나름의 계획을 세우셨을 것으로 압니다. 이러한 것들을 행하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단련하고 우리의 믿음과 마음을 굳세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계획한 바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희생과 극기를 훌륭하고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빠지면, 우리의 모든 노력은 고행과 자기 수련 그 이상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고행과 자기 수련도 나름의 의미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름의 의미와 그에 따르는 만족감이 아니라 구원과 그에 따르는 기쁨입니다.


  그러면 ‘이것’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생활 또한 이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너무나 많이 들었고 또 너무나 친숙해서 잊어버릴 정도입니다. 마치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듯 말입니다. 그래서 오메트르 성인은 종종 중요한 것을 빠트리는 우리를 위해 이런 말을 남겨주었나 봅니다. ‘주님의 은총이 얼마나 위대하시기에 이러한 은혜를 주님께서 베푸셔야만 했는지, 그리고 나의 비천함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값을 치르셔야 했는지 그대는 모를 겁니다.’ 오메트르 성인이 말하려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자비로운 희생과 내어줌’입니다. 이 은총이 미리 있기에 우리의 기도는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하느님께 이르게 되며, 바람과 희망은 현실이 되고 미사는 과거의 재연이 아니라 지금의 은총이 됩니다. 하지만 모를 리 없는 이 은총을 잊기에 우리의 기도는 세속적인 내용과 분심으로, 미사는 형식주의로, 삶은 불확실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자비로운 희생과 내어줌을 중심과 바탕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로써 우리의 기도와 미사와 삶은 신비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행하게 될 모든 극기와 희생도 흐지부지 끝나지 않고 확실한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희생과 극기 안에서 사순시기를 지내려는 이유는 예수님의 고통을 체험해 보려는 것도 아니며, 자신이 얼마나 잘 참고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려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깨닫고 긴밀히 결합하는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 우리에게 필요한 결과는 잘 참고 견디게 되는 것이 아니라 구원으로 충만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모든 행위를 인도하고 완성해주는 ‘예수님의 자비로운 희생과 내어줌’에 대한 기억과 묵상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그에 대한 기쁨과 감사 안에서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로써 앞으로 펼쳐지게 될 우리의 모든 시간과 행위들은 더 이상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하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자비로운 희생과 내어줌’을 늘 기억하고 감사하며, 충실히 응답합시다. 그리하여 앞으로 시작될 우리의 희생과 극기가 예수님을 더욱 깊이 알고 만나게 하는 발판이 되게 합시다.


  어느덧 꽃샘추위도 지나가고 따뜻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을 꽃피우려는 우리를 시샘하는 세상의 바람이 한바탕 더 불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 바람이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때가 가까이 왔다는 것만을 알려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놀라지 말고 믿음을 굳건히 하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시작하신 새로운 일에 참여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계획하고 마련하신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