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십시오.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3월 인사 올립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의 절정인 요즈음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 하느님께서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길 청합니다.
지난 2월 보름이 지났는데도 꽃샘추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흔히 보름은 본시 농경 국가에서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입니다. 겨우내 헛간에 넣어 두었던 쟁기며, 낫과 각종 농사 도구를 정비하는 때입니다. 그리고 춘삼월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춘삼월이 되면 새로운 시작, 새로운 마음으로 다소 들뜹니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코로나 19’로 춘삼월의 설렘, 입학, 새 봄맞이 등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때가 되면 ‘코로나 19’도 물러가고 정상적인 일상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마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도 인간 나이 삼십에 세례를 받으시고 본격적인 복음 선포 즉,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농사처럼 3월에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예수님은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어부인 시몬 베드로를 부르시는 것으로 시작하십니다. 시몬 베드로는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그런 후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다가가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하시니,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 엄청나게 많은 고기를 잡습니다. 그 후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하시며 시몬 베드로를 제자로 삼으십니다.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말씀하신 깊이 있는 삶이란 의식과 무의식 너머에 계시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으로의 초대인 것 입니다.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통찰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선택하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십니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주신 규칙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고 하는 삶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돈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니 더더욱 집착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곰곰이 묵상해 보면 옷과 빵과 돈의 종이 아니라 주인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 옷과 빵과 돈의 주인이 아니라 종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집착하지 말라 하십니다.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이 말씀은 곧 인간관계를 쿨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더이상 친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삶에서 미운 사람, 싫은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생은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하고도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게 지내기 벅차므로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과감히 버려도(심리적으로)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더러운 영들에 걸린 사람들과 귀먹고, 눈 멀고, 중풍에 걸린 모든 이들을 고쳐주라 하십니다. 이 말씀은 제자들에게 초능력을 주신 의미가 아닙니다.
현대 심리학에 보면, 이상 심리학이라고 있습니다. 이상 심리학은 말 그대로 정상인과 다른 이상한 생각에 따른 신체 정신장애를 앓는 이들입니다. 한마디로 신경성 환자들입니다. 불안과 근심이 많으면 위와 장이 안 좋고, 두려움이 많으면 신장이 안 좋고, 분노가 많으면 간이 안 좋고,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면 여러 통증에 시달립니다. 이 모든 증상을 신경성 혹은 신체 정신장애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안 좋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망가집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더러운 영에 걸리고, 병든 이들을 치유하라는 제자들의 사명은 곧 자유와 평화와 사랑과 용서를 가져다주는 긍정의 마음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어둡다 하더라도 작은 긍정, 작은 불씨만 있으면 모든 힘듦과 어두움을 날려 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빛인 긍정의 말씀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남이 너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해 주어라.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 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되받을 것이다.”
새로운 3월의 시작, 예수님 말씀과 함께하시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여유를 배웠으면 합니다.
2022년 3월 봄바람 가득한 깊은 밤...
양근 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