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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내성지 신부님 글

수원교구내 성지를 도보순례중입니다.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3-01 조회수 : 296

 몇 년 전에 프랑스 생장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마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적이 있습니다.  약 800킬로미터를 매일매일 조금씩 걸었지요.  순례중에 프랑스에서 온 세 분의 할머니들과 3번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한 구간의 순례길을 걷고 숙소에 도착해서 쉬고 있는데, 그분들이 방으로 들어오셨지요.  일반적으로 알베르게 라고 하는 숙소에서는 한 방에 여러명이 남녀 구분없이 숙박을 하게 되는데, 그래서 그분들과 만나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말도 통하지 않았는데, 그분들 중에 스페인 말을 하는 분이 계셔서 약간의 소통이 이루어 졌습니다.  그분들은 친구들이었고, 더 힘들어 지기전에 순례길을 떠나고자 해서 의기투합해서 오신 것이었습니다.  한 분은 천식이 있어서 고민했는데, 용기를 내어 걷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두 번 더 만났는데, 그때마다 반가움이 흘러 넘쳤습니다.  그분들과 찍은 사진을 오랜만에 보면서 잠시 웃었습니다.  곧 순례길은 도착을 위한 통로가 아니라,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소였고, 기쁨의 장소였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공간이기도 했으며, 인생의 배움터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년 -남녀노소, 국적불문, 신앙유무 상관없이 홀로 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수십만명의 순례자들이 걷고 있습니다.-코로나 19 상황이전까지-


  많은 순례자들 중에 어떤 이는 치유 받고, 어떤 이는 결심하고, 어떤 이는 희망을 찾고, 어떤 이는 길거리에 있는 의자에 앉아 퉁퉁 부어있는 자신의 다리를 보면서도 얼굴은 걱정 없는 듯 보이고.... 길이 있고, 걸으면서 받게 되는 순례의 은총의 여러 모습인 것이지요. 


  3개월 전부터 한 달에 한번 수원교구내 성지를 몇몇 신부들과 -수원교구 도보순례팀인 디딤길 회장님의 인도로- 함께 걷고 있습니다.  교구내 성지가 14개인데, 성지에서 성지를 바라보며 다 걸으면, 약 330킬로미터를 걷게 됩니다.  저는 이제 약 50킬로 정도 걸었습니다. 이 길을 찾고, 조금 더 안전한 길을 또 찾고 하면서, 수원교구 성지 도보순례지도인 ‘순례수첩 디딤길’ 이라는 책자가 나오는데 큰 일을 하신 수원교구 도보순례팀인 디딤길 회원분들 덕분에 편히 걷고 있습니다.  휴대폰으로도 안내 받을 수 있는 앱프로그램도 있어서 과거에 비하면, 정말 편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걸었던 길이구나 –물론 아스팔트, 시멘트 등으로 덮여진 길도 있지만- 하면서 걷고 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냥 감사하게 되더라구요.  그분들 덕분에 신앙의 꽃길을 걷고 있는데.... 하면서 부끄러운 모습도 찾게 되기도 하구요.


  아직 모든 순례길을 걸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제가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보다 더 좋습니다.


  날씨가 포근해지고, 봄의 색깔들이 세상에 그려질 때, 순례지도를 들고, 성지를 떠나 성지로 걸으시는 순례자가 되시는 것은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