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으로 1867년 1월 13일은 단내 성가정 성지에서 현양하는 하느님의 종 정은 바오로와 정양묵 베드로의 순교일입니다. 예년처럼 올해도 같은 날 두 분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묘소에 가서 예를 갖추고, 시복의 영광을 위해 기도드렸습니다.
미사중에 한 편의 시를 읽었습니다. 우연찮게 읽게 된 시를 쓰신 분은 이 해인 수녀님이십니다. 성지신부와는 일면식이 없는 분이십니다.
미사전날인 12일에 책이 소포로 왔습니다. 보내신 분은 이 해인 수녀님이셨습니다. 두 권의 그분 시집과 성지사목을 잘하라는 덕담의 글도 보내 주셨습니다. 그런데 수녀님이 성지신부를 알 리가 없을 텐데....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소포봉투에 메일 주소가 있어서, 인사를 드리면서 알지 못하는 신부에게 덕담과 시집까지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얼마 후에 답신을 주셨습니다. 성지에서 현양하는 순교자 정은 바오로의 5대손 되시는 수원교구 원로 신부님과의 인연으로 단내 성가정 성지에 오신 적이 있으셨고, 새해를 맞이해서 인사도 할 겸해서 시집을 보내 주신 것이라 하셨습니다.
수녀님이 보내주신 두 권의 시집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첫 장을 열고, 만났던 시가 마음에 들어서, 다음날인 두 분의 순교 기념일 미사를 드리면서 강론시간에 오신 신자분들에게 읽어 드렸습니다. 후원회원분들께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목: 싱겁게 더 싱겁게
짜지 않게 맵지 않게 넘치지 않게
음식을 먹으라는 주의 사항
실천이 쉽지 않아도 마음먹고
자꾸만 연습하다 보니
글도 싱겁게 쓰고 말도 싱겁게 하고
용서도 싱겁게 하네
사람을 대하는 일에서도 짜지 않게
맵지 않게 넘치지 않게
자신을 다스려가면
극적인 재미는 덜해도
담백해서 오래가는
평화가 오네.
순교자들의 모범을 본받는 모습 중에 하나가 시에서 수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좀 싱겁게 사는 삶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미사오신 분들께 읽어 드렸습니다. 싱겁게, 좀 심심하게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하지요... 우리네 신앙의 삶도 그렇게 살면, 싱거운 기도일수 있지만, 영적건강에 큰 보탬이 되고, 그러다보면 순교자들처럼 단단한 신앙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요?하면서 강론을 마무리 했습니다.
싱겁게 용서를 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