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우리의 빛!
점점 기온이 내려가며 추워지고 있습니다. 늘 따뜻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의 마음과 영혼이 차가워지는 일 없이 늘 따뜻해지도록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와 은총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얼마 전에 ‘세계주교시노드’가 열렸습니다. 그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개막 연설을 하셨습니다. 그 연설 내용 중에 깊이 와 닿는 말이 있어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어떤 신학자의 말을 인용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나 개이적 기호가 이끄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고(故) 콩가르 신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교회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지만 다른 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이브 콩가르, 교회 안의 참 개혁과 거짓 개혁). 그것이 도전과제입니다.’
저는 이 구절이 정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이때 하느님의 이끄심에 충실한 사람들은 계속 새롭게 거듭나며, 하느님 안에서 다른 자신이 되고자 하는 뜻을 이루어 갑니다. 그러면서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맛봅니다. 이들과 달리, 하느님보다 자신의 이상과 생각에 사로잡혀 행동하거나 교회의 가르침에 깊이 참여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으로 인해 거듭 나지 못하고 또 다른 자신을 만들게 됩니다. 그 결과, 그들 안에는 교회 안에서의 ‘나’와 세상 안에서의 ‘나’가 공존하게 됩니다. 이러한 분열과 위선은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각 모습이 서로 일으키는 간섭으로 각 자리에서의 삶이 순탄치 못하게 되어 괴로움과 슬픔만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분열과 위선이 분명해질수록 자기 이상에 대한 집착이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비난과 비판도 거세지게 되며, 그로 인해 느끼게 되는 자괴감으로 주눅 들게 됩니다. 게다가 더 안 좋은 것은 하느님이라는 조명을 잃어버린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그들은 하느님 대신 자기 이상이나 형식적인 행동을 선택한 결과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 어둠과 무지 속에서 모든 것의 원인을 하느님께 돌리며 그분으로부터 멀어지거나, 부족한 자신을 두고 더욱 탓하며 학대하고 고립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이상이나 생각보다 하느님께 사로잡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하느님의 진리를 전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창조주이시기에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계시며, 우리의 구원을 위해 은총을 허락하시는 것은 물론, 우리에게 전부가 되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찾는 이들은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며, 더 이상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게 됩니다. 또한 그분께서 자신을 위해 준비하고 마련하신 것들을 깨닫고 제대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새롭게 하며 참 기쁨과 행복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를 알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것은 ‘분열과 위선’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의 ‘일치’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억지로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참된 모습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지금 우리가 지내고 있는 대림시기를 잘 보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육화에 대한 우리의 합당한 응답은 성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마음과 영혼을 온전히 하느님께로 향하고 교회를 통해 전해진 그분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도록 합시다. 이로써 우리는 공경하는 순교자들처럼 하느님을 맞아들이는 영광과 그분과의 일치로 얻게 되는 신비로운 행복과 참된 자신을 깨닫고 되찾는 놀라운 기쁨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대림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혜롭고 슬기롭게 이 시기를 보내며, 우리에게 오시는 구세주를 맞아들이는 기쁜 성탄 지내시길 바랍니다. 주님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하며, 영육간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