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우리의 빛!
어느덧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 바람에 기도를 실어 보냅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로 참 행복 누리시길 빕니다.
그동안 너무 방에만 앉아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요즘은 종종 뒷산에 올라갑니다. 그러다 보면 간간히 쓰러진 나무를 발견하게 되는데, 특히 비가 많이 온 다음에 쓰러진 나무를 발견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나무들을 피해 지나치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나무에게는 비바람이 도움과 양분이 되지만 죽은 나무에게는 비바람이 부패와 풍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나무가 살아 있을 때에는 비를 맞을수록 키가 자라고 바람에 흔들릴수록 굵어지지만 죽은 나무는 비를 맞을수록 불어 썩고 바람에 흔들릴수록 모양을 잃고 삭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마음과 정신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시련은 도움과 양분이 되지만 마음과 정신이 죽어 있는 사람에게 시련은 심하면 육신까지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이 되기 때문입니다.이는 우리로 하여금 마음과 정신이 살아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를 이룰 수 있을까요? 생각해 봅시다. 생명은 어디에서 옵니까? 오직 하느님으로부터 옵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때문에 살아 있는 산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여 자신 안에 머물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로써 참 생명을 간직한 살아 있는 사람이 되며, 그 생명의 이끎으로 시련을 위기로 경험하지 않고 자신을 위한 도움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이는 결코 피상적인 이야기이거나 사유의 결과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러한 삶에 대한 진실과 영광을 순교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을 전해들었을 때, 그것을 사람의 말로 듣지 않고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진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자신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말씀이 명하는 것들을 충실히 실천하였습니다. 곧 말씀을 읽고 묵상하였으며 시간과 때에 맞춰 기도하였습니다. 또 가난하고 어려운 형제자매들을 돕고 옥에 갇히거나 병든 형제자매들을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교인이라 하여 외면하지 않고 사랑과 우정으로 돌보아 주었으며, 말씀과 교리도 전하였습니다. 이러한 애덕이 그들에게 늘 선으로 되갚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기뻐하였습니다. 그러한 현실을 두고 예수님의 고통에 참여하며 참된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놀라운데, 그들이 이렇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말씀에 대한 충실한 실천을 통하여 얻은 생명의 힘으로 자신들을 찾아온 시련을 자기 신앙의 밑거름으로 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생명의 도움으로 영원한 삶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를 살게 하고 또 살아 있게 하는 것은 오직 말씀뿐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그러면서 말씀을 기쁘게 듣고 충실히 실천하는 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간직한 살아 있는 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그 살아 있음이 건네는 놀라움과 기쁨과 행복을 누리도록 합시다.
이번 달은 9월, 순교자들의 신앙과 열정, 애덕과 용덕을 기리는 ‘순교자 성월’입니다. 이 때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실천하며, 순교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장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쁜 날들을 보냈으면 합니다. 또 행복하십시오.
손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