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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발걸음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10-01 조회수 : 388

완연한 가을입니다. 높고 푸른 하늘아래 그리 따갑지 않은 햇살이 비추면 저마다가 아름다운 계절임을 느끼게 되는 때입니다. 아무리 조심스러운 시기이긴 하지만 가만히 집에 앉아 있는 것이 아깝고 아쉽게만 생각되기도 하겠지요. 그만큼 이 곳 남한산성을 찾는 발걸음도 조금 더 늘은 듯합니다. 앞으로 가을 색이 짙어지면, 호전되는 상황 속에서 더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남한산성을 찾는 나들이객들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 성지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방문객들도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특히나 주말이 되면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도 많고, 그동안 꾸준히 살펴보니, 나들이 나온 김에 한번 들렀다 가시는 분들과 여기가 어딘지 무엇하는 곳인지 몰랐다가 들어와서 한번 슥 구경하고 가는 분들, 또 성모상 앞에서 일단 잠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섰다 돌아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저런 모습들을 보게 되면서 처음에는 당황했기도 했지만 갈수록 새롭게 다가옵니다. 남한산성 순교성지가 이 곳에 자리하고 있는 데에는 교회 사()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적인 모습도 더해져 쌓여가는 느낌이랄까요.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을 보며 놀라고 사진으로 기념하며, 나들이객들로 북적이는 외부와는 달리 조금 고요히 기도처를 돌며 숨을 고르는 이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소중히 이어집니다.

순교자 성월을 다 보내고 새로운 한 달을 묵주기도 성월로 지내지요. 자연히 묵주기도를 바치는 일에 더 열중하게 되는 의미를 쉽게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요, 기도한다는 것이 그 소중히도 이어지는 발걸음을 닮았습니다. 어딘가를 향하여, 그 과정의 주변 모습들도 눈에 담으며, 누군가와 함께, 혹은 누군가를 위하여 나의 발걸음을 옮기는 것, 그런 움직임이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이지요. 우리는 저마다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나를 위해서만 움직일 때가 많습니다. 무엇인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향해서, 내가 아닌 다른 이웃을 향해서 움직이기란 어려울 때가 많아서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것에 익숙해지고 피할 때도 생겨납니다. 그렇게 자신만을 위해서만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는 것에 익숙해지면 편안하겠지만, 그 편안함은 우리를 생명이나 진리와 같은 선한 가치에로 인도해주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참된 것에로 가까이 나아가려면 이웃을 향한 발걸음을 옮겨야 할 것입니다. 그 움직임이 바로 기도입니다.

내가 아닌 를 위하여, 나로부터 밖으로 나와 를 향해 한걸음 걸어가는 것은 분명 내가 감당하고 수행해야 할 희생이 뒤따를 것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의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 수반될 희생의 십자가, 그 몫을 기쁘게도 품에 안으며 그 소중한 발걸음을 하루씩 쌓아나가는 기도의 한 달이 되어가기를 바래봅니다. 여러분들뿐만이 아니라 물론 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순교자들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의 전구에 의탁합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도 성지에 오시는 분들에게 기도하기 좋은 계절이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늘 돌아보아 살피고 부족함을 반성하며 기도하겠습니다. 짙어지는 가을 하늘 아래 성지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