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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 우리의 신앙을 지켜주는 ‘영적 무기’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10-01 조회수 : 284

십여년 전, 자전거를 타는 신자들과 성거산 성지에 다녀왔습니다. 그 성지는 무명 순교자들이 묻혀있는 곳입니다. 1줄무덤과 제2줄무덤, 그리고 신자들이 살았던 집터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1959년 미군의 공군기지가 성거산 정상에 주둔하면서 도로를 개설할 때 도로상에 있었던 묘를 이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묘를 이장하면서 발견된 것이 바로 묵주십자가였답니다. 그래서 그 묘가 천주교 신자들의 묘임을 알 수가 있었고 이곳에서 언젠가 박해가 일어났었음을 알았다고 합니다.현재는 제1 줄무덤과 제2 줄무덤이 있는데 각각 38기와 36기의 묘봉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를 개설할 당시 이장 작업에 참여한 6명의 증인은 총 107기의 묘봉이 있었다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임을 알 수 있게 해준 묵주’. 그분들은 왜 그 박해시대에도 위험을 무릎쓰고 묵주를 품에 안고 다니셨을까요? 분명 묵주가 발견되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 묵주가 신앙을 지켜주는 영적 무기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신부님이 계시지 않아 미사도 드릴 수가 없고 영성체도 할 수 없던 그 시절. 자신의 신앙을 계속 유지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나의 신앙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묵주기도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릎쓰고 몸속 깊숙이 묵주를 숨겨놓고 다녔을 것이고, 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조용히 기도드렸을 겁니다. 그러면서 성모님과 함께 아드님의 길을 걸으면서 꿋꿋이 자신의 신앙을 지켰을 것입니다. 이렇게 신앙을 지켜나간 신앙 선조들의 모습, 조용히 홀로 묵주기도를 바치는 신앙 선조들의 모습을 묵상해 봅니다.

 

묵주기도 성월입니다. 요즘 우리는 예전처럼 미사를 봉헌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도 많은 제약들이 있어서 힘들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구나 본당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옛 신앙 선조들이 겪었던 것과는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미사를 할 수 없고 신심 활동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 신앙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바로 그것이 묵주기도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이 그 박해 속에서도 묵주를 몸에서 떼지 않고 틈나는 대로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셨던 것처럼, 우리도 묵주를 항상 지니고 다님과 동시에 늘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의 신앙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묵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신앙을 지켜주는 영적 무기임을 잊지 않는 묵주기도 성월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 이헌수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