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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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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조회수 : 171
  • |추천수 : 0
  • |2020-01-12 오전 9:01:11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 평생토록 일관되게 지니셨던 겸손의 덕의 구체적인 표현, 주님 세례! > 
 
막 사제품을 받고 난 새사제 때의 일입니다. 
사제가 되고 나면 그야말로 천사처럼 살겠다고, 절대로 죄짓는 법 없을거라 다짐하고 확신했는데...
웬걸! 원판불변의 법칙이라고, 서품 이전의 모습 그대로 안고 살아가게 되더라구요.  
 
그전 악습 그대로 안고, 같은 죄를 또 다시 반복하고...
그래서 솔직히 참담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성인(聖人) 소리 들으시는 존경하는 원로 신부님을 찾아가 면담 겸 고백성사를 봤습니다. 
낙담해 하고 있는 저를 따뜻하게 위로하시고 용기를 주시더군요.  
 
‘너무 큰 기대도 하지 말고 너무 크게 좌절하지도 말고, 넘어져도 또 일어서고 또 일어서면 아주 조금씩 좋아질거라며,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나오려고 하는데, 신부님께서 잠깐! 하고 외치셨습니다. 
무슨 부탁하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여쭈었더니...
신부님께서는 대뜸 두르고 있던 고백성사 사제용 작은 자색 영대를 저에게 건네시면서, 
당신도 제게 고백성사를 보시겠다는 겁니다. 
 
깜짝놀란 저는 천부당만부당한 일 같아 크게 외쳤습니다. 
“안됩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저같은 새내기 신부가 어찌 감히 대선배요 살아있는 성인 같으신 신부님의 고백성사를 듣는단 말입니까?” 
 
그랬더니 신부님께서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러셨습니다. 
“괜찮습니다! 너도 신부! 나도 신부! 무슨 문제?” 
하면서 당신 죄를 고백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주님 세례 축일에 우리는 비슷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세례를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세례의 주관자, 세례의 창시자인 예수님께서 나약한 한 인간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너무나 깨끗하신 분, 무죄하신 분, 그래서 세례가 전혀 필요 없으신 예수님께서 죄인들 사이에 서셔서, 마치 죄인처럼 세례를 받으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입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마치 한 기업의 CEO가 신입사원 연수를 받는 일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연대장이 훈련병에게 거수경례하는 일입니다. 
대학교 총장님이 대학교 신입생에게 허리를 굽히는 일입니다. 
 
얼마나 당혹스럽고 송구스러웠던지 
세례자 요한 역시 자신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시는 예수님께 이렇게 외칩니다.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마태오 복음 3장 14절) 
 
예수님 세례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그분의 지극한 겸손의 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구간 탄생으로 참된 겸손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세례 사건을 통해 또 다시 자신을 극도로 낮추십니다.  
 
보다 완벽히 인간 세상 안으로 육화하시려는 하느님의 강한 의지 표현이 예수님 세례인 것입니다. 
 
일관되게 자신을 낮추시며 아버지 뜻에 순종하시는 예수님의 겸손한 모습에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크게 기뻐하십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오 복음 3장 17절)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택하신 지극히 겸손하신 예수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할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그분께서 평생토록 일관되게 지니셨던 겸손의 덕을 우리도 청해야겠습니다. 
우리 역시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아랫사람들 앞에 용기 있게 고개 숙일 수 있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