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 - 알림마당
  • 교구안내
  • 알림마당
  • 참여마당
  • 간행물
  • 인터넷방송
  • 로그인회원가입
  • 알림마당
  • 공지사항
  • 교구일정
  • CBCK소식
  • 교회소식
  • 본당소식
  • 동영상소식
  • 행사모집
  • 채용공모

소식

  • HOME > 알림마당 > 소식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 홍보국
  • |조회수 : 292
  • |추천수 : 0
  • |2019-07-05 오후 3:37:33

2019년 7월 7일자 수원주보 5면

신앙에세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내가 사는 아파트가 이렇게 예쁜지 올해 처음 알았다. 관리하시는 분들이 주차장에 떨어진 담배꽁초만 줍는 줄 알았는데, 원예 솜씨도 있었다. 사철나무를 둥그렇게 다듬어 놓고, 관리실 뒤편 화단에는 고추며 방울토마토, 가지도 심으셨다. 공동주택에 살다보면 내 집만 청소하고 꾸미지 바깥 화단을 돌볼 마음을 내지 못한다.


   이따금 맨 아래층에 사는 분들 중에 화단을 성심껏 제 정원처럼 가꾸는 분들이 있다. 407동에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그런 ‘사람’이다. 꽃 피는 시기를 고려해서 모종을 심고, 줄줄이 다른 꽃나무를 기르고, 늘 모종삽으로 흙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신다. 팔순을 훌쩍 넘기셨다는 그 어르신은, 시내 로터리 근처 시에서 조경사업으로 심어놓은 꽃들이 시들어 씨앗이 맺히면 그것을 훑어오는데, 씨앗을 여기저기 뿌려놓으면 싹을 틔우는 것이 있다고 했다. 한사코 존댓말을 포기하지 않는 그분은 “이 나이에 무슨 꽃이냐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그래도 누군가 그 꽃을 볼 테니 심어두는 거죠. 따로 할 일도 없고…”라고 하신다. 자녀들을 다 키운 어르신은 이제는 꽃을 키우는 모양이다.


   흙만 보이면 작물을 심는 어르신들을 가끔 본다. 먹을 수 있는 작물을 심고 가꾸는 것도 좋을 테지만, 때로는 낯선 행인들도 기분 좋게 만드는 꽃을 심는 사람의 마음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흙에서 흙 너머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내 입 안으로 들어오는 게 없어도, 남의 눈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문득 바버러 쿠니의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가 생각난다. 미스 럼피우스는 집을 떠나 먼 도시에 살기도 하고, 열대 섬에 가기도 하고, 만년설이 덮인 봉우리도 오르고, 정글과 사막을 횡단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마을에 살게 된 럼피우스는 루핀 꽃씨를 잔뜩 사서, 들판이며 언덕에 꽃씨를 뿌리고 다녔다. 몇몇 사람이 ‘정신 나간 늙은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었다. 이듬해엔 들판도, 언덕도, 도랑도, 돌담도 푸른빛, 보랏빛, 장밋빛 루핀 꽃들로 뒤덮였다. 아이들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 했다. 그 후 사람들은 럼피우스를 ‘루핀 부인’이라 불렀다.
루핀 부인은 평생 세 가지 소원을 품고 살았다. 크면 머나먼 세계로 가는 것, 나중엔 돌아와 바닷가에 있는 집을 사는 것,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훗날, 우리가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지에 대해 물으시겠지만,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듯이’ 다른 이에게 ‘장미를 주었는지’도 물으실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했다. 지금 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기다리는 그분이 문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글. 한상봉 이시도로(가톨릭일꾼 편집장)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937 이탈리아 유력 가톨릭紙도 日 수출 규제 보복 비판 홍보국 185 2019.08.01
936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고통 여전…지원과 기도 필요 홍보국 117 2019.08.01
935 "소록도의 천사들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세요” 홍보국 124 2019.08.01
934 자선과 연민 그리고 봉사…프란치스코 교황의 각별한 꽃동네 사랑 홍보국 182 2019.07.31
933 부산교구 ‘천주교 사회교리 실천 네트워크’, 청년 젠더 워크숍 열어 홍보국 137 2019.07.31
932 2019년 8월 천주교 주요 행사 홍보국 342 2019.07.30
931 국제 평화운동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창립된다 홍보국 122 2019.07.30
930 “재난현장서 희망 전해요” 25년째 재난구호 봉사 이어온 60대 ‘눈길’ 홍보국 132 2019.07.30
929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에 관한 메시지 홍보국 114 2019.07.30
928 "바티칸 교황청서 발견된 뼛조각, 36년前 실종 소녀와 무관" 홍보국 182 2019.07.30
927 45개 단체 ‘기후행동’ 결성, 9월 대규모 행진 홍보국 149 2019.07.29
926 사우디, '에볼라 비상사태' 민주콩고 무슬림 성지순례 금지 홍보국 131 2019.07.29
925 이 사진, 눈 아닌 마음으로 보세요 홍보국 449 2019.07.26
924 경찰서의 모든 이를 위한 영적 돌봄 공간, 용인 서부경찰서 경신실 개소 홍보국 225 2019.07.25
923 라오스 청소년들과 그리스도 안의 공동체 깨닫기 홍보국 206 2019.07.25
922 안법고, 필리핀 파티마대학교와 업무협약 홍보국 226 2019.07.25
921 ‘생명교육지원법’ 세미나 열려 홍보국 149 2019.07.25
920 본당 사목회 여성 비율 30% 보장 등 필요하다 홍보국 208 2019.07.25
919 UN 연설, 제주 4·3의 진실 국제 사회에 알린 데 의미 홍보국 143 2019.07.25
918 34번째 찾는 소록도 제주도민 194명 봉사 참여 홍보국 177 2019.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