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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건축하다|

  • 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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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수 : 0
  • |2019-06-21 오후 5:01:58

2019년 6월 23일자 수원주보 5면

신앙에세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건축하다


재작년, 조카가 스페인으로 신혼여행을 떠났었다. 그리고 조카는 내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지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정성당 : 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에 왔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감탄의 말들을 쏟아냈다. 조카며느리도 연달아 SNS로 성당 사진을 보내왔다. 전화를 끊는데, ‘성가정’이라는 어휘가 출렁이며 나를 휘저었다. 네 살배기 꼬마가 부모를 잃고 내게로 와서 삼십여 년을 함께 살다 결혼을 했다. 그리고 신혼여행 중 성가정성당 앞에 서 있었다.


성가정의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기쁨과 눈물을 헤아려보았다. 아버지보다 아들을 더 잘 아는 이는 없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아들도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게 된다. 요셉 성인은 아들 예수를, 아들 예수는 양부 요셉 성인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아기 예수는 요셉 성인의 품에 안기고 등에 업혀 그분을 ‘아빠, 아버지’로 부르며 자랐을 것이다. 목수라는 언급 외에 요셉 성인의 다른 행적은 알 수 없다. 그런데 아마도 목수일은 바오로 성인이 천막을 짜는 일을 하신 것처럼 생활의 방편이었을테고, 그분의 정체성은 하느님의,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는 데서 보여진다. 성모님과 태중의 아기 예수가 생사의 갈림에 놓이자 성가정을 이루어 생명을 지키는 결단을 하고 관철하는 데서 요셉 성인의 진면목을 만난다. 그리고 이런 배경에서 성장한 예수님이 공생활로 접어들어 성교회를 이루는 모습은 하느님의 섭리가 땅 위에서 발아하고 완성되는 여정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또한, 성모님이 처음 가브리엘 천사를 맞이하여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하신 태도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라고 기도하는 아드님에게서 다시 드러난다.


조카 부부가 신혼여행 중에 찍은 성당 사진들을 꺼내 한 장 한 장 다시 보았다. 직선의 건축양식이 자연을 닮은 곡선으로 바뀌어 성당 내부가 부드럽고 편안했다. 아쉽게도 지난 날의 나는 감정에 모서리가 많아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지 못했다. 삼십여 년, 그애와 내가 주님 앞에서 나눈 이야기와 눈물이 지금 여기의 우리를 축조했다. 신혼의 두 사람이 이뤄가는 가정에 늘 하늘의 사유가 배어 또 하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건축되기를 기도한다.


글. 이규원 사라(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