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일
좋은 열매를 기다리시는 하느님
[말씀]
■ 제1독서(지혜 12,13.16-19)
구약성경 초기 작품에서는 하느님께서 세상의 악한 사람들을 벌하실 때, 그 일차적 대상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 이방 민족들을 삼는 경우를 많이 본다. 기원전 1세기경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살고 있던 유다인 지혜서 저자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대하시는 모습을 다시금 살펴보는 가운데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른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위해 그러하셨던 것처럼, 이방 민족들의 회개를 간절히 원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오늘 독서 말씀은 바로 그 내용을 간추려 전한다.
■ 제2독서(로마 8,26-27)
인간은 자신의 지혜와 힘만으로는 하느님을 향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을 은총으로 주시며 일으켜 세우신다. 하느님은 당신의 영을 통해서 우리가 그분의 사랑에 눈뜨고 응답하며 달려 나갈 수 있도록 이끄신다.
■ 복음(마태 13,24-43)
하느님의 나라를 설명하실 때, 예수님은 자주 ‘성장’에 관한 비유를 사용하신다. 주님의 날이 다가오기를 성급하게 기다리고 있는 청중들에게 주님은 시간의 의미를 일깨우신다. 영적인 현실은 거칠게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나긴 역사를 통하여 서서히 완성되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종점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이러저러한 사건들의 궁극적인 의미가 밝혀질 것이며, 그때 가서 지금까지 튼실하게 보이지 않던 작물도 좋은 낟알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새김]
■ 이 세상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세상을 향해 격분하거나 실망을 토로할 때가 자주 있다. 사회 불의와 사람들 사이의 갈등, 증오, 투쟁 등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하느님이라면 의롭고 완벽한 사회 구현을 방해하는 사악한 요소들을 없애버리고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표현할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께 다가설 수 없다.
■ 하느님 나라는 힘으로 강요될 수 있는 나라가 결코 아니다. 이 나라는 죄스러운 인간의 마음속에서 사랑의 힘으로 서서히 태어나고 완성되어 가는 나라이다.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지저분하게 보이는 퇴비를 치워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퇴비가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신뢰하고 기다리며 함께 일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보시기에 그저 아름답기만 한 우리 각자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모여 이루는 공동체를 위해서 성령을 통해 바로 그렇게 역사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좋은 열매를 맺도록 기다리십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