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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7-23 조회수 : 281

요즘에는 체벌이 없어졌지만, 저 때만 해도 무서운 선생님께 체벌당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자율학습에 졸았다고 맞고, 반성적이 떨어졌다고 연대책임이라며 맞고,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고 맞고, 때로는 예의 없다면서 맞는 일도 있었습니다. 체벌 도구도 다양해서 마대, 당구 큐 대, 아니면 두툼한 몽둥이 등이 쓰였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20명의 학생이 10대씩 맞는 상황입니다. 20명의 학생 중에서 가장 아프게 맞은 학생은 누구일까요?

첫 번째 학생이 가장 아플 것 같습니다. 선생님 체력이 제일 좋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지막에 맞은 아이가 제일 아프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자기 앞 19명의 맞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불안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나쁜 감정을 극대화하기에, 불안을 자기 안에서 치워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 세상을 잘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불안이 사라지는 순간은 나를 지켜 줄 커다란 힘에 대한 믿음이 생겼을 때입니다. 어린아이는 부모가 옆에 있으면 얼마나 자신 넘치는지 모릅니다. 평소보다 말도 잘하고,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합니다. 부모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나’를 지켜 준다면 어떨까요? 불안을 가질 이유가 없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부모보다 더 큰 힘을 가지신 주님께서 우리 곁에 계십니다. 이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불안이 사라지고, 하고자 하는 용기와 의욕이 가득해질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센 주님을 잊어버립니다. 오히려 악이 더 힘센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를 오늘 복음의 가라지 비유에서 묵상하게 됩니다.

우선 밀과 가라지는 모두 커서 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식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구분이 되기 시작했을 때, 가라지가 보인 것입니다. 밭에 좋은 씨를 뿌렸기에 가라지가 있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주인은 원수가 했음을 알아챕니다. 종들은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라고 묻습니다. 주인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지요. 잡초의 생명력은 대단합니다. 즉, 밀보다 더 탄탄하게 더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밀이 뽑힐 수도 있습니다.

가라지의 비유에서 지상에서 자라는 하느님 나라 공동체 안에는 인내로써 견뎌야 할 악의 씨앗이 뿌려져 있음을 상기시키고, 하느님 나라의 자녀들은 악마 졸개의 기세에 눌려 고생하지만 역시 하느님의 심판은 선인들의 편임을 확신케 합니다. 최후의 승자는 악마가 아닌 선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편에 붙어야 할까요? 가라지로 표현되는 악을 제거하지 않는다고 악의 힘이 하느님보다 센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계속 우리에게 당신을 믿고 따를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악의 유혹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철저히 하느님 편이 되어 ‘밀’의 모습을 갖추어야 합니다. 마지막 날에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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