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대림 특강을 위해 호주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북반구에 살고 있었던 제가 적도 이남인 남반구에는 처음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차이가 있을까 싶어서 별 준비 없이 호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새롭고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한국과 전혀 다른 계절 체험이었습니다. 한국은 12월이라 추운 겨울인데, 호주는 너무 더운 한 여름이었습니다. 남반구와 북반구 날씨가 정반대라고는 들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막연하게 아는 경험과 실제로 경험해서는 아는 것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주님에 대해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막연하게만 사랑의 주님, 평화의 주님, 일치의 주님이라고 말할 뿐, 이런 주님을 체험하는 곳에는 가려 하지 않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니 주님과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성경을 읽지 않으니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주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세상의 것만을 쫓으며 사니 일상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주님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주님에 대해서도 실제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창 시절 수학 문제 풀던 것이 기억납니다.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문제를 직접 풀어주십니다. 그러면 그 뒤에 이 문제가 시험에 나오면 저절로 풀게 될까요? 배운 문제를 자기가 직접 풀어봐야 시험 문제의 답을 맞힐 수 있게 됩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이지만 우리 역할에 따라 주님을 더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주님 말씀, 주님 뜻을 직접 실천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냥 온갖 부정적인 마음으로 불평불만만 하면서 주님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이는 하느님 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이지요.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꾸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땅의 마음을 갖추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길에 뿌려지고, 돌밭에 뿌려지고, 가시덤불에 덜어진 마음과 같았습니다. 좋은 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그냥 버려집니다.
주님의 말씀은 그냥 듣기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듣고 직접 몸으로 따라야만 실제로 구원의 은총이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사랑 그 자체이십니다. 농부는 좋은 땅에 씨를 뿌리지, 나쁜 땅에 씨를 뿌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 가득하신 주님께서는 나쁜 땅의 모습을 갖춘 우리의 마음에도 당신 말씀의 좋은 씨앗을 뿌려주십니다.
주님의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회개하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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