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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7-11 조회수 : 322

서로서로 잘 좀 봐줍시다! 
 
 
나이가 들어가면 주로 안 좋은 것들만 많아지는 것 같지만, 나이듦의 은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혈기왕성할 때의 날카로웠던 비판적 시각이 한풀 꺾입니다.
젊은 시절, 선배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왜 저렇게 사시나?’ 했었는데, 지금은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제가 바로 똑같은 이유로 손가락질받는 선배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했었는데, 이제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늘 아래 별일들이 다 생기지.”하며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봅니다.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집니다.
이웃들의 심각한 허물 앞에서도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하며 여유를 지닙니다. 
 
그렇게까지 팍팍하게 살 필요가 없었는데,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살 일이 아니었는데, 그렇게까지 까칠하게 대할 필요가 없었는데,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후회가 앞섭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정녕 중요한 일은 이웃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을 지니는 일입니다.
다들 힘겹게 인생길 걸어가느라고 죽을 고생들인데, 잘 좀 봐주는 일입니다. 
 
결국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이웃들을 향한 배려, 이웃들을 향한 동정심, 결국 이웃들을 향한 측은지심을 지니는 일이 이웃을 살릴 뿐 아니라 나 자신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오랜 세월 목자 없이 살아온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 곧 측은지심을 지니십니다. 
 
결국 우리가 오늘 겪고 있는 심각한 병고나 상처는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분의 측은지심을 불러오며, 더 나아가서 그분의 자비와 구원을 불러오는 직접적인 동기가 됩니다. 
 
우리가 언젠가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받는다면, 그 가장 큰 이유는 우리를 향한 그분의 측량할 수 없는 자비심, 절절한 측은지심으로 인한 것이리라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작음에 대해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작아지는 우리의 모습에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작음에 감사하고, 가치를 부여해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는 순간 순간 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잘못을 지적하시고, 처벌하신다면 이 세상에 온전히 남아있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늘을 찌르는 우리의 잘못과 허물과 실수, 방황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넉넉한 웃음으로, 안쓰러운 시선으로, 크나큰 측은지심으로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우리가 치유되었다면 하느님의 측은지심으로 치유되었음을. 우리가 절망스러운 상황을 딛고 일어섰다면 하느님의 측은지심으로 인해 일어선 것임을.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면 하느님의 측은지심으로 그렇게 된 것임을 고백하며, 감사하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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