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들고 가야 할 평상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스스로 걷지조차 못하는 중증 중풍 병자를 평상에 뉘어 예수님께 데려왔습니다.
중병 병자에게 평상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요즘으로 치면 휠체어나 이동식 침대일 것입니다.
그나마 환자가 드러누워 있을 수 있고, 이동 시에는 반드시 필요한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바라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대상, 빨리 떨쳐버리고 싶은 증오와 원망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필요하기도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그런 대상!
그러나 언제나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대상!
그런 중풍병자를 가엾이 보신 예수님께서 그에게 외치십니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거라.”(마태 9,6)
오늘 내 평상이란 무엇인가 묵상해봅니다.
하루라도 빨리 떨쳐버리고 싶은 내 열악한 환경, 결코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 혹독한 매일의 현실이 내 평상입니다.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이 오랜 악습과 반복되는 죄가 내 평상입니다.
내가 매일 마주해야 하는 못마땅한 주변 동료 인간들이 내 평상입니다.
그 평상들은 나를 수시로 힘들게 하고, 좌절케 하며, 무너지게 만들지만,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나와 단절시키고, 멀리 던져버리고, 활활 불살라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집에 안착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간직해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가 구원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고, 기쁜 얼굴로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기고 싶다면, 그게 과연 무엇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일상적인 고통과 십자가, 이 비참하고 혹독한 현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평상을 아버지 집에 도착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는 그것으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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