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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7-02 조회수 : 271

서울 신학교에 다닐 때, 매년 원로 신부님들이 오셔서 고해성사(총고해)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보러 갔다가 엄청나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성사 볼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나가!!!”

결국 쫓겨나서 다시 성찰한 뒤에 무서워서 그 신부님이 아닌 다른 신부님께 가서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처음으로 고해소에서 쫓겨난 것이라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그리고 화해의 성사라는 고해성사를 이렇게 공포 분위기로 만드는 신부님이 잘못이고, 신부님께 문제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즉, 부족한 저를 위해 신부님께서 충격 요법을 쓰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올해 초, 우리 성당 난간에 한 아이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난간이 계단 형태로 되어 있어서 사다리 올라가듯이, 난간에 올라가 있던 것이지요. 너무 깜짝 놀라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당장 안 내려와!!” 그 아이가 미워서 이렇게 말했을까요? 아닙니다. 난간 위로 올라가 아래로 떨어질 수 있기에 다급하게 큰소리친 것입니다. 

사랑은 부드럽고 달콤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상대를 위해 큰소리를 내지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측면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고통이나 시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됩니다. 물론 전능하신 하느님의 일이니 그분 뜻을 100%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역시 사랑의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사랑 자체이신 분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심지어 아버지나 어머니보다 또 아들이나 딸보다도 더 주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하시지요. 우리나라처럼 조상의 핏줄을 귀하게 여기는 유다인에게도 이 말씀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자녀에 대한 사랑은 얼마나 대단합니까? 하지만 주님의 사랑은 더 대단합니다. 때로는 아픔을 동반하고 상처까지 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사랑 안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 나라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모까지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예수님 다음 자리에 남겨 놓아야 하고, 궁극적으로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주님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르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제2독서를 통해, 세례를 통해 주님과 함께 묻히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음을 밝히십니다. 이전과 같은 삶을 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주님과 함께하는 삶, 주님을 따르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기쁘게 짊어지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께 합당한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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