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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29 조회수 : 341

사도행전 12,1-11
2티모테오 4,6-8.17-18
마태오 16,13-19 
 
우리의 결핍은 은총이요 축복이요 하느님께 나아가는 발판입니다! 
 
 
언젠가 애매하게 자리잡고 있는 묵직한 바위를 적당한 다른 자리로 옮겨보려고 홀로 갖은 애를 다 써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머리를 쓴다고 이런 저런 다른 방법도 동원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혼자 들 수 있을텐데 생각했는데, 요지부동인 바위덩이를 바라보며
속으로 ‘십년만 젊었더라면!’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안간힘을 다 쓰고 있는 저를 지나가던 한 형제가 발견하고 다가왔습니다. 
 
외관상 별 도움 안되 보이는 ‘멸치과’ 형제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웬걸, 그 형제가 힘을 보태니,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요지부동이던 바위덩이가 너무나 쉽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가톨릭 교회의 두 기둥 베드로 바오로 사도의 축일을 크게 경축합니다.
기둥이 하나 뿐이었다면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했을 것입니다.
벅차고 힘겨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
기둥이 둘이었으니 두분 다 한결 마음이 든든했을 것입니다.
초세기 교회 건설을 위한 역할을 해나가는 데 있어, 상대방으로 인해 수고나 고통도 훨씬 경감되었을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 두 사도는 초세기 교회 기반을 닦는데
각자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직적 목격한 사도요 수제자였습니다.
또한 그는 신앙 고백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오 복음 16장 16절)
뿐만 아니라 그는 이스라엘의 남은 백성들을 중심으로 첫교회를 건설했습니다. 
 
반면 바오로 사도는 살아생전 예수님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탁월한 지혜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리를 공고히 했습니다.
또한 그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이방인들을 그리스도교로 인도했습니다. 
 
오늘날 위대한 사도로 길이길이 칭송받고 있는 두 사도였지만, 그들 역시 결핍 투성이의 힘겨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고되고 힘겨운 오랜 신앙 여정 끝에 마침내 자신의 결핍을 솔직히 인정하게 된 두 사도에게 하느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삶에 본격적으로 개입하시게 됩니다. 
 
결국 우리의 한계, 나약함, 결핍으로 인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고, 그 순간 우리는 참 인간이자 참 하느님이신 예수님께 한 걸음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그토록 우리가 원망하는 우리의 결핍이야말로 우리를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하는 은총의 도구였습니다.
내 결핍, 내 가족의 결핍, 내 이웃의 결핍 앞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시각은 한 가지입니다. 
 
결핍은 축복입니다.
결핍은 은총입니다.
결핍은 새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우리들 삶의 길목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결핍을 체험하게 될 때 마다,
뿐만 아니라 내 결핍을 확인하게 될 때 마다
우리는 외쳐야 합니다. 
 
“저 결핍이야말로 은총입니다.
저 결핍은 우리를 성화에로 인도합니다.
저 결핍을 통해서 우리는 구원됩니다.
저 결핍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내게 오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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