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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7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27 조회수 : 325

마태오 7,6.12-14 
 
오늘 이 순간,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실 일을 하십시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글자 그대로 실천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막의 교부들입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이며 친지, 세상의 부귀영화를 등 뒤로 내던졌습니다. 
 
거칠고 황량한 광야로 들어간 그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섭생을 이어가며 기도와 고행에 전념했습니다.
그 결과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초췌했지만, 영혼은 광채로 빛났습니다. 
 
세상에 살던 그들은 어느 순간 느꼈을 것입니다.
갖은 유혹거리들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 한가운데 있다가는 평생 가도 진리를 못 찾겠구나,
심오한 신앙의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을 등지는 수밖에...
그들은 결연히 인간 세상을 떠나, 아무도 없는 깊은 사막, 어두운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거기서 한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진리 중의 진리이신 하느님을 보다 더 잘 파악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하느님의 말씀의 핵심을 깨닫기 위한 선택과 집중.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에너지의 99퍼센트를 기도와 묵상에 쏟아 부었을 것입니다.
나머지 1퍼센트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한 것이었겠지요.
그러니 아마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거의 포기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다니는 맛집이며, 골프 투어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사막에서의 단독 수도 생활의 필수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섭생을 유지했을 것입니다.
묵상에 묵상을 거듭했을 것입니다.
취미가 단식이요, 특기가 고행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극단적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느님의 실체를 손에 잡힐 듯이 바라보는 은총을 입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얼마나 달고 단 것인지를 확연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에 도달한 그들은 이제 하산할 때가 왔음을 알았습니다.
그 소중한 깨우침을 고통당하는 백성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강한 확신과 함께 사막을 걸어 나왔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보다 큰 선이요 아름다움이요 절대적 가치관이신 하느님을 향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옛날 사막의 교부들처럼 가족과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사막으로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매일의 삶 안에서도 사막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다 보면 매일 매 순간 좁은 문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일상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이 시대 참된 영성가들은 바로 이 선택과 집중을 잘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좋은 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빨리 오라고 우리를 손짓합니다. 
 
TV나 컴퓨터를 켜면 즉시 이거 사라 저거 사라 외치는데,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꼭 필요한 물건 같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 영성가들은 세상의 좋은 것들로부터 한 발자국 물러설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필요한 많은 것들 가운데 정말 필요한 것을 선택할 줄 아는 식별력, 그것이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모든 일을 다 할 수도 없고 다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이 순간,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실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 영성입니다.
자신이 꼭 서 있을 자리에 반드시, 그것도 항상, 기쁜 얼굴로 서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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