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18,19ㄴ-22
북녘 동포들을 좀 더 알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또 다시 오랜 분단의 세월을 돌아보며,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애써 달래야 하는 날이 돌아왔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특별히 오늘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행동하자고 초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피를 물려받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 동포인 남과 북이 갈라서서, 점점 더 멀어지기 시작한 지 벌써 까마득한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리적으로는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살아가지만, 심리적으로는 지구상 가장 멀리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서로가 너무 낯선 존재, 이질감이 커져 버린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 강력한 소비에트의 철조망도 제거되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베를린 장벽도 허물어졌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지구상 유일하게 남과 북 사이에 세워진 무시무시한 철조망은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너무나 큰 슬픔이자 치욕꺼리이며,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우리 자녀들과 후손들에게는 너무나 큰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 안에서, 서로 크게 상처를 주고받은 누군가와의 관계 회복과 새 출발을 위한다면, 가장 우선적인 일은 일단 만나는 일입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더 자주 만나면 좋습니다.
일단 그를 만나서, 그의 얼굴을 대면하고,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그의 입에서 직접 흘러나오는 말을 듣게 될 때, 좀 더 그를 이해하게 됩니다.
함께 소통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될 때, 그간 감춰두고 있었던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그간 쌓였던 오해가 풀립니다.
그런 과정 안에서 화해와 일치는 한결 용이해질 것입니다.
일 년 이년도 아니고 반 백년 이상 계속되어온 첨예하고 복잡한 화두가 평화 통일이기에, 더 오랜 고민과 성찰, 뼈를 깎는 노력과 큰마음이 필요합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야속하게도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과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는 외세는 결코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미사여구를 늘어놓지만, 통일 이후 자국에 끼치게 될 경제적 손실과 다양한 측면의 데미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남북 분단은 국제정치패권세력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강대국들의 국익에 따라 강제된 분단이기 때문에, 분단을 반대하고 통일 정부를 외치던 수많은 민족 인사들이 속속 제거되었습니다.
국제정치패권세력인 미국과 소련은 우리 민족에 참으로 못할 짓을 저질렀습니다.
815 해방 이후 유럽 쪽 전범 국가인 독일을 분단시켰다면, 당연히 아시아쪽 전범 국가인 일본을 분단시켰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승전국가들은 엉뚱하게도 우리나라를 분단시키는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가로막는 분단 고착화 세력은 바깥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큰 적은 내부에 있습니다.
분단 고착화는 강대국들에 빌붙어 제 한 목숨, 제 호주머니만 생각하는 독재자들을 거듭 배출시켰으며, 기회주의의 명수인 친일파 세력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했으며, 아직도 그들의 잔존 세력들은 독버섯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버젓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어떤 정당 안에서, 여러 매체 안에서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선량한 국민들을 호도시키고 있습니다.
분단 고착화를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분단 고착화 세력에 희생되신 백범 선생님의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마음 깊이 담고 지내야겠습니다.
“분단된 동포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이 시대 새로운 독립운동입니다.
통일 운동은 곧 제2의 독립운동입니다”(백범 선생)
한반도의 평화 통일은 다른 그 누구의 과제가 아니라, 남북 당사자들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남북을 둘러싼 주변 국가들 겉으로는 반기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지속적인 분단을 원합니다.
한반도의 분단이 곧 그들의 국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정의 내밀한 가정사에 대해 옆집 이웃들이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이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처한 형국이 똑같은 현실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남북 문제의 주도권을 우리 손으로 가져와야 마땅합니다.
70여년 이상 분단 고착화로 인한 남과 북의 증오와 대립, 불신으로 우리는 북한에 대하여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왜곡, 날조된 정보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이른바 우리는 북맹(北盲) 상태입니다. 북한에 대하여 증오와 불신으로 눈이 멀어 아무것도 아는 것도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
북녘 동포들을 좀 더 알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단의 벽을 넘어서는 일은 낭만적이거나 감상적인 것이 아니라, 온몸이 으깨어질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담대한 용기로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평화의 주님께서 우리 한민족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이제는 그만 분단의 세월을 끝내고, 조속한 평화 통일을 선물로 주시라고 열심히 기도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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