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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19 조회수 : 361

마태오 5,38-42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든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잘 살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전통적인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가르침 안에 ‘동태복수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해서 ‘눈에는 눈, 이는 이로’입니다. ‘칼에는 칼, 총에는 총’입니다. 
 
아직도 선교지의 전통적인 부족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룰입니다.
우리 부족의 일원이 다른 부족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당했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장정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범인을 색출하고 당한 그대로 보복을 가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족 간의 전쟁이 그칠 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동태복수법을 배격하십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주어라.”(마태오 복음 5장 38~41절) 
 
사실 우리 인간의 마음 저변에는 동태복수법의 논리가 아주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쪽에서 한 대 때렸을 때 나도 똑같이 응징해주고픈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쪽에서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을 때 나도 똑같이 평생 잊지 못할 독설을 건네고 싶습니다.
저쪽에서 나를 고소했다면 나도 물러서지 않고 맞고소하고픈 심정이 우리들의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적어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의 의로움은 정의와 관용과 자비가 같이 가야 한다고 외치십니다. 
 
결국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있어 보이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보천치 같은 삶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의 삶은 결코 녹록한 삶이 아닙니다.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신앙인으로서 잘 살고 계시다는 표시입니다.
뭔지 모르지만 억울한 느낌이 든다면 그것 역시 그리스도인으로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사랑에 대해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해의 폭도 점점 확장시켜나가야겠습니다.
고전적인 율법 정신에 따르면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나 동족들에게는 뜨거운 사랑을 베풀지만, 피가 다른 이민족들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방인들은 그저 물리치고 배척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세상 도래로 인해 이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상이 활짝 열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종래 통용되고 있던 사랑의 개념을 더 크게 확장시키셨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한정시켰던 사랑의 실천을 나와 무관한 사람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나를 박해하고 위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장시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사랑이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거기서 멈추지 말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십니다.
우리들의 이 자기중심적이고 편협된 사랑이 보다 더 큰 사랑, 보다 더 보편적인 사랑, 보다 더 이타적으로 신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킬 것을 당부하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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