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1주일
비참한 현실과 기쁜 소식
[말씀]
■ 제1독서(탈출 19,2-6ㄱ)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을 탄생시킨 사건, 곧 이집트 탈출 사건을 끊임없이 기억하고 묵상했다. 사제계 문헌으로 분류되는 제1독서에서 저자는 이 해방 사건이 세상에 사는 거룩한 백성에게 부여된 특별한 사명의 출처가 되었음을 역설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을 구원하신 하느님의 증인이 되도록 선택받았기에, 이 백성은 생활 방식을 통하여 계약으로 새로워진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모든 이에게 알려야 할 사명 앞에 선다.
■ 제2독서(로마 5,6-11)
바오로에게 인간의 근본적인 악은 자기 자신을 자신 안에 가두어놓는 일이었다. 이 악은 이교도 세계만이 아니라, 선민사상과 자기도취에 빠져 있던 유다교를 잘못된 길로 이끌어갔다. 이러한 유다교의 정신세계에서 살던 사도는 회심의 은총을 통해 예수님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거저 주어진 사랑을 깨닫는다. 자신의 삶을 뒤집어놓은 이 사랑에 대한 선포는 그가 이교도 세계에 선언하고자 했던 복음의 중심에 자리한다.
■ 복음(마태 9,36-10,8)
당신 행위를 통하여 예수님은 하늘 나라의 성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밝히셨다. 마태오 복음저자는 이제 주님의 말씀을 보도하면서 제자들이 이어나가야 할 행업을 설명한다. 당신의 사도들을 선교로 파견하시면서 주님은 그들 직무의 특별한 성격을 강조하신다. 이 직무는 세속적 직무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다만 지금은 이교 민족들을 향한 본격적인 선교의 길로 들어서기에 앞서, 이스라엘만을 그 대상으로 준비의 시간을 거친다.
[새김]
■ 우리가 닫힌 우리의 세상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향해 눈을 열기를 수용한다면, 우리는 일찌감치 사람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 앞에서 혼란스러움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배고픔과 짓눌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겪는 물질적인 빈곤과, 사랑이 아니라 오로지 냉혹함과 불신과 증오 앞에 내던져진 삶을 사는 모든 사람이 겪는 정신적 고뇌를 너무나 쉽게 목격한다. 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바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 이들에게 사랑이 여전히 그들을 부르고 있고, 이 모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 속에 살 수 있다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 인간성 상실이라는 이러한 체념적 한탄은 이미, 현실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이를 수 있었던 약속의 땅을 향해 걸어가던, 이스라엘 백성이 수차에 걸쳐 토해낸 적이 있다. 하느님은 바로 이 백성 앞에 마주 서서 대답을 주고자 하신다. 그들이 겪는 고통을 넘어, 아니 그 고통 한가운데서 이미 악보다 더욱 강력한 사랑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하신다. 이것이 바로 하늘 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이 복음을 믿고 따르는 우리가 이제 말과 행동을 통해서 그것이 진정 기쁜 소식임을 널리 전하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
말과 행동으로 힘차게 하늘 나라를 선포하는 신앙인의 모습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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