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41-51
잔소리와 조언을 구분하셨던 성모님!
한 그룹의 아이들이 2박 3일간 피정을 끝내고 돌아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게 좋았다, 저런 게 좋았다, 재잘재잘 말들이 많았습니다.
한 아이가 그랬습니다.
“엄마 아빠 잔소리 안 들으니, 처음에는 너무 이상했지만, 정말 좋았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이 짧은 세상 살아가면서 쉼 없이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또 반대로 잔소리를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이 먹어감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우리는 잔소리와 진심 어린 조언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잔소리 듣는 것 엄청 싫어하는 데, 어린 자녀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것이 잔소리입니다.
이런 면에서 성모님 역시 아들 예수님을 잘 동반하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경 안에서 우리는 성모님께서 아들 예수님을 어떻게 동반하셨는지 부족한 자료를 통해서나마
어느 정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성모님의 동반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동반이었습니다.
예수님이 12살 무렵, 예루살렘 성지 순례를 갔다가, 귀갓길에 소년 예수를 잃어 버렸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이 길을 거슬러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더니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율법 학자들 사이에 끼어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당혹스러웠던 성모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세게가 아니라 넌지시 나무랐습니다.
“애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이 특별한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방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그 나이 또래 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을 시키신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12살 무렵 부터 메시아로서 탁월한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셨습니다.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의 언변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경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아들 예수님의 어머니를 향한 답변이 엄청 강도가 높았습니다. 아주 세게 나온 것입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그 순간, 성모님께서는 직감했습니다.
아, 예수님께서 서서히 준비를 하고 계시는구나. 하고 거기다 더 이상 또 다른 잔소리를 퍼붓지 않으십니다.
침묵 속에 예수님 말씀의 진의를 찾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그런 성모님의 노력에 대해 루카 복음사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을 향해 할 말씀을 하셨지만, 듣기 싫은 잔소리로 넘어가지 않으셨습니다.
강약 조절을 하신 것입니다.
어린 예수님을 위해 방관하지 않으시고, 적절히 개입하시고, 그러나 지나치지 않으시고, 그렇게 균형잡힌 동반을 하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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