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5,13-16
어떻게 해서든 무너지지 말아야 합니다!
어촌에 살아보니 굴 껍데기로 인한 괴로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굴은 어촌 주민들의 큰 소득원이지만 손질하고 남은 폐기물 껍질의 양이 엄청납니다.
동물 사료라든지, 시멘트 비슷하게 만들어 해양 블록 제작 재료로 활용도 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워낙 양이 많은 관계로, 여기저기 쌓아놓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기도 흉할뿐더러 악취도 만만치 않습니다.
쓸모없는 존재들의 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굴 껍데기를 바라보며 나는 과연 쓸모있는 존재인가?
돌아보게 됩니다.
소금이 제맛을 잃었다는 것을 인간에게 비유하면, 겉은 멀쩡한데, 내면이 텅 비어있거나 부실한 상태를 의미하겠습니다.
겉으로는 살아 숨쉬고, 말도 하고, 먹기도 하지만, 영혼이나 정신, 하느님이나 영적인 측면들이 사라져버린 존재, 그러니 살아있지만,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는 좀비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 아름다운 세상에 소풍을 보내주시면서, 참 많은 달란트와 가능성, 자질과 역량을 우리에게 부여해주셨는데, 얼마나 하느님께 되돌려드리고 있는지, 이웃과 세상을 위해 얼마나 소용이 되고 있는지?
다른 무엇에 앞서 하느님 앞에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겠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짠맛을 잃어버린 쓸모없는 소금, 다 까먹고 버린 폐각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시대,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생명경시 풍조입니다.
경제에만 치중하다 보니 소외된 계층에 대한 인권은 뒷전입니다.
오로지 한 목표를 향해 내 살길만 챙기는 데 혈안이 되다 보니 뒤처진 이웃들의 고통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과제 하나는 생명 운동입니다.
그 어떤 생명이든 모두가 하느님의 작품으로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의 숨결이 이미 다 빠져나간 존재,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부패하고 순식간에 소멸의 단계로 넘어가더군요.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입니다.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생명은 꺼져가는 희미한 생명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무너지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아무리 상처가 심해도 상관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일어서려고 몇 번이고 나를 일으켜 세울 때,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하느님 자비의 손길이 살포시 우리 어깨 위에 내려앉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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