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5,1-12ㄴ
마음 한번 크게 바꿔먹으면 사방이 온통 축복이요 은총꺼리들입니다!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희망 사항이 하나 있다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상태에 도달해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행복에 대한 기준점, 척도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 같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데, 전기도 안 들어오는 그 깊은 산골에서 혼자 살아가는 어르신께서 입만 열면 행복하다고 외칩니다.
맨날 삼시 세끼 스스로 밥을 해 먹어야 하고, 겨울의 혹독한 추위, 여름의 불볕더위도 견뎌내느라
죽을 고생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은 세상 행복한 얼굴입니다.
반면에 어린 시절부터 있는 것 없는 것, 모든 것 다 갖춘 재벌 2세들, 천문학적 재산을 축척해, 어떻게 재산을 관리해야 하나 고민인 부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고 눈동자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세상 착한 든든한 A급 신랑에, 제 갈 길 잘 가고 있는 자녀들, 넉넉한 연금, 넓직한 아파트, 거의 모든 것을 다 갖춘 자매님의 얼굴이 어두웠습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잘 안 풀리는 인간 관계였습니다.
저는 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이 지상에서 완벽한 행복, 완벽한 충족을 희망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입니다.
잘 안되는 유일한 한 가지에 목숨 걸지 마시고, 삶 속에 널려있는 행복꺼리, 감사꺼리들을 찾고 또 찾아보십시오.
오늘 마태오 복음 사가는 산상 설교 중에서도 백미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복팔단(眞福八段)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진복팔단은 한 마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행복에로의 초대장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살고,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처신해야 행복할 것인지, 8가지 비결을 말씀하시는데, 하나하나 헤아려보니 어려운 과제인 듯 보이지만, 더 곰곰이 묵상해보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한 삶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손에 쥐시고 거듭 문을 두드리시는데, 관건은 우리가 쉽사리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행복으로 나아가는 8가지 열쇠 중에 첫 번째인 ‘가난한 마음’, 그리고 6번째인 ‘깨끗한 마음’에 제 마음이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가난한 마음, 깨끗한 마음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청빈하게 살려는 마음, 하느님을 향한 순수한 마음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측면이 있는 듯합니다.
가난한 마음, 깨끗한 마음이 강조하는 바는 잡다한 생각들과 근심 걱정들을 바닥으로 완전히 내려놓으라는 초대입니다.
미워하는 감정이나 이런저런 상처도 훌훌 털어버리라는 초대입니다.
틈만 나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열등감도 내려놓으라는 초대입니다.
예수님께서 진복팔단을 통해 강조하시는 바처럼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역설적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는 지상에서부터 천국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계속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음 한번 크게 먹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사방이 다 축복이요 은총 꺼리들입니다.
예수님의 산상 설교를 깊이 묵상하신다면, 이 극심한 고통, 이 끝도 없는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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