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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11 조회수 : 392

요한 6,51-58 
 
열정과 사랑으로 성체성사를!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님께서 당신께서 담당하시던 교구 내 가장 오지 본당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워낙 시골인데다, 오랫동안 본당 사제도 없어 신자들의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제 부족으로 인해 교구청에는 파견할 사제가 없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그 지역의 젊은 농부 한 사람을 뽑아 속성과정으로 사제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사제로 서품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 본당 주임으로 발령을 냈습니다. 
 
그러나 주교님의 마음이 영 껄끄러웠습니다.
괜한 짓을 했나 후회도 되었습니다.
속성으로 교육시킨데다, 실습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파견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주교님은 평복 차림으로 그 본당을 찾아가 그 사제가 미사 드리는 모습을 몰래 지켜봤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교님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주교님은 그동안 수많은 사제들이 봉헌하는 미사를 봐왔지만, 그 사제처럼 세상 경건하고 진지하게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는 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미사 드릴 때 그 사제의 눈은 별처럼 빛났고, 열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강론을 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에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님은 제단 앞으로 나아가 그 사제 앞에 무릎을 꿇고 강복을 청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이 주교님이란 것을 알게 된 사제는 깜짝 놀라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습니다. 
 
“주교님께서 제게 강복해주셔야지, 어떻게 제가 주교님을 강복할 수 있단 말입니까?” 
 
주교님은 다시 무릎을 꿇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신부님이 나를 강복해주십시오.
저는 신부님처럼 열정과 사랑으로 미사를 드리는 사제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제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아니, 주교님, 한 사제가 어떻게 열정과 사랑 없이 미사성제를 드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게 말이 되는 것입니까?” 
 
저만해도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열정 없이, 사랑 없이, 미사를 집전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저 습관처럼 타성에 빠져 앵무새처럼 경문을 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성체성사에서 무슨 기적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겠지요.
사제가 열정이나 사랑 없이 미사를 집전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신자들도 열정과 사랑 없이 미사성제에 참여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 아벨의 정성스러운 제사는 기쁘게 받아 들이셨지만 건성으로 바친 카인의 제사는 거부하셨습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봉헌인 성체성사에 온몸과 마음, 모든 에너지와 정성을 기울이는 성체 성혈 대축일이 되길 기원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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