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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10 조회수 : 315

마르코 12장 38-44절
 
금액의 크기보다는 마음을 보시는 주님, 겉으로 드러나는 것 보다는 내면을 중요시 여기시는 주님!
 
 
극단적 율법주의와 형식주의에 빠진 유다인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었던 바가 있었으니 헌금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은 헌금의 액수가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깊이와 비례한다고 여겼습니다.
많은 헌금을 한 부자들은 그렇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의 보잘것 없는 헌금을 크게 업신여겼습니다.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헌금을 하는데, 금액이 고작 렙톤 두 닢이었습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렙톤 두닢은 일생에 도움이 안되는 작은 금액입니다.
렙톤은 당대 통용되던 화폐들 가운데 가장 가치가 낮은 그리스 동전이었습니다.
 
한 렙톤은 당시 노동자들 하루 품삯의 144분의 1가치를 지닌다고 하니, 우리나라 돈으로 4~500원 정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세상에 한 렙톤으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겨우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 마실 수 있는 금액입니다.
성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적어도 만원이나 5만원이나 10만원 짜리 수표 정도는 넣어줘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시는 예수님께서는 렙톤 두 닢이 과부가 지니고 있던 전재산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기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았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코 복음 12장 43~44절)
 
가난한 과부가 하느님께 드린 헌금은, 그 가치에 있어서 다른 어떤 사람들의 큰 헌금보다도 뛰어납니다.
그녀가 두 렙톤을 헌금하는 데에는 큰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과부는 주님께 봉헌하기 위해 그날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내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쓰고 남는 것을 바쳤습니다.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는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진심이 담겨있었습니다.
지극한 정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삶 전체가 녹아들어가 있었습니다.
의무감에서 하는 봉헌, 보란 듯이 우쭐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봉헌, 쓸 것 안 쓸 것 다 쓰고 남는 것을 바치는 봉헌이 아니라 준비된 봉헌, 감사의 마음이 담긴 봉헌을 주님께서는 바라고 계십니다.
 
금액의 크기보다는 마음을 보시는 주님, 겉으로 드러나는 것 보다는 내면을 중요시 여기시는 주님이심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 참으로 기쁩니다. 오늘 우리의 보잘 것 없는 헌금, 오늘 우리의 아주 작은 희생, 오늘 우리의 티끌만한 봉사도 크게 어여삐 여기시고, 기쁘게 받으시는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작더라도 마음과 정성이 담긴 봉헌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미드라쉬 랍바(랍비들의 가르침) Ⅲ’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 사제가 어느 가난한 여인이 봉헌한 한줌 밀가루 제물을 손에 받아들고는 너무 어이가 없어 거절했습니다.
 
그 사제는 즉시 하느님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바로 그밤 꿈에 그는 이런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 여인이 바친 것을 멸시하지 말아라. 그것은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은 것과 같으니라.”
 
봉헌과 관련해서 오늘 우리 역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우리의 예물이 보다 귀하고 값진 것이면 좋겠습니다.
보다 큰 액수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주어진 처지가 각자 다릅니다. 만원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만원이 하늘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액수보다는 마음과 정성을 더 높이 평가하십니다.
따라서 봉헌이나 자선 금액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절대 안되겠습니다.
 
우리 교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헌금 때문에 소외당하거나 상처받은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각종 헌금이나 기부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사목자들은 가난한 신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곘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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