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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7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07 조회수 : 351

마르코 12,18-27 
 
흔들림 없는 신앙과 간절한 기도, 사심 없는 자선 
 
 
이번 주간 내내 첫 번째 독서로 토빗기가 낭독됩니다.
토빗의 인간 됨됨이는 탁월했습니다.
그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남이 불행한 꼴을 결코 못 넘겼습니다. 
 
비록 유배지 생활이었지만 토빗은 가산이 넉넉한 부자로 살았습니다.
그는 얼마나 인정이 많았던지 잔치를 벌일 때 식솔들끼리만 즐기는 법이 없었습니다.
유배지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던 동포들 가운데 제일 가난한 사람들을 늘 잔칫상에 앉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포들의 불행을 늘 자신의 불행으로 여겼습니다. 율법까지 어겨가면서 타향에서 객사한 동포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토록 주님과 동료 인간들에게 충실했던 의인 토빗이었지만 그에게도 불행의 그림자가 덮쳤습니다.
오순절 밤, 죽은 동포를 매장하고 나서 피곤에 지친 그가 마당에서 잠을 자던 중이었습니다. 
 
하필이면 뜨거운 참새 똥이 그의 두 눈에 명중하고 맙니다. 그 길로 그는 시력을 잃고 4년여 동안 암흑 속에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로 인해 아내 안나가 생활 전선에 뛰어 들어야만 했습니다.
주로 할 수 있었던 일은 품팔이, 남의 집 가사일, 허드렛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며 앞 못 보는 남편을 봉양했습니다. 
 
그런 토빗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크게 비웃었습니다.
“하느님께 충실해도 뭐 특별한 것 없구먼!
그렇게 자선을 베풀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저 모양이군!” 
 
뿐만 아니라 밖에서는 성인군자, 안에서는 무능한 남편인 토빗을 향해 아내 안나도 드디어 분노가 폭발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그 자선들로 얻은 게 뭐죠?
당신의 그 선행들로 얻은 게 뭐죠?
그것으로 당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다들 알고 있어요.” 
 
당시 토빗이 얼마나 괴로웠던지는 그가 바친 기도를 통해서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토빗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겨웠던지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더 낫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토빗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의도로 바친 기도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토빗의 기도에는 진실성이 듬뿍 묻어있습니다.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힘겨운 처지를 아무런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주님께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마치 바로 눈앞에 주님께서 계신 것처럼, 친밀하면서도 격의 없는 기도를 열정적으로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인의 선배로서 토빗이 우리에게 건네는 한 가지 탁월한 본보기가 있습니다.
‘한결같음’입니다.
주님을 향한 그의 신앙은 항구하고 충실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주님을 찬양했습니다.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언제나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그토록 충실했고 한결같았던 토빗이었기에, 주님께서는 후에 그가 잃었던 모든 것을 되돌려주셨고,
회복시켜주셨습니다.
축복과 은총을 흘러넘치도록 베풀어주셨습니다. 
 
하느님의 개입과 축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필요한 인간 측의 노력은 흔들림 없는 신앙과 간절한 기도, 사심 없는 자선임을 토빗기는 밝히고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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