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11,11-25: 하느님을 믿어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고 성전에 들어가셔서 성전을 정화하신다. 성전에서 나와 무화과나무가 뿌리째 마른 것을 보았을 때 제자들은 놀랐을 것이다. 무화과나무는 수분을 듬뿍 머금고 있어서 잘라 낸 다음에도 완전히 마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무화과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먼저 물이 오르고 부드러워진다.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를 들어 비유를 말씀하셨다.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이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마태 24,32; 마르 13,28; 루카 21,30)
주님께서 찾으셨던 무화과는 율법의 잎은 달고 있지만, 실천의 열매가 없는 회당의 열매였다. 주님께서는 그때가 무화과 철이 아님을 잘 알고 계셨다. 시장하신 주님께서 나무에서 무언가를 찾으셨을 때, 그분은 무엇인가에 굶주리시면서 다른 어떤 것을 찾고 계셨다. 잎사귀만 무성하고 열매가 없는 것을 보시고 나무를 저주하셨고 즉시 말라버렸다. 율법이라는 잎은 무성하지만, 실천이 없는 것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결국 말라버리고 말 것이다.
주님께서는 성전에서 세속적인 사업이 벌어지기를 원치 않으시기 때문에 야바위꾼들을 내쫓으시고, 장사하기 위해 나르던 물건들과 함께 그들을 모두 내쫓으셨다.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17절). 이 말씀은 “하이에나가 나의 소유를 탐욕스레 바라보느냐?”(예레 12,9)는 말씀과 같다. 하이에나는 밤에만 나타나는 동물로 피를 먹고 썩은 고기를 청소하는 짐승이다.
성전을 정화하시고 나서 제자들은 “그 무화과나무가 뿌리째 말라있는 것을 보았다.”(20절) 우리는 예수님께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의 종말을 겪지 않도록 포도 줄기와 굳건히 연결되고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언젠가 우리가 그분을 만났을 때, 이렇게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하느님 집에 있는 푸른 올리브 나무 같아라. 영영세세 나는 하느님의 자애에 의지하네.”(시편 52,10)
주님께서는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믿는”(23절) 이의 기도는 열린 마음에서 나오는 기도, 부서진 마음의 열매이며(참조: 시편 34,19; 이사 66,2) 뉘우치는 마음의 결실을 말한다. 기도는 헤아릴 수 없는 선의 뿌리요 샘이며 무수한 축복의 어머니이다. 우리는 기도의 힘으로 우리가 청하는 것을 이미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알아주시고 청하는 바를 즐겨 들어 주시리라 믿는 그만큼 청하는 바도 얻고 응답도 받게 된다. 진정한 믿음을 갖고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그러면서 용서를 통한 사랑의 기도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여야 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이러한 삶으로, 이러한 기도로 우리는 하느님께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받게 될 것이다. “너희가 서서 기도할 때 누군가에게 반감을 품고 있거든 용서하여라.”(25절) 우리의 삶이 항상 용서를 통하여 사랑의 기도를 주님께 바치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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