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10,46ㄴ-52
우리도 바르티매오처럼 외쳐야겠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언젠가 잠시나마 시각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시는 형제 자매님들을 동반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고초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분들을 위한 배려나 의식이 턱없이 부족함을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눈만 뜨면 자동으로 만끽할 수 있는 장엄한 일출, 황홀한 일몰,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찬란한 자연의 풍광을 그분들은 조금도 맛보지 못하는 결핍된 삶을 살고 계셨는데,
그런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앞을 조금도 못 보는 것만 해도 서러운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르티매오는 그나마 지니고 있었던 재산마저 탕진해서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그를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가로 안내하면, 그는 하루 온종일 거기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 푼 줍쇼!’ 하고 외쳤습니다.
마음씨 좋은 행인을 만나 몇 푼 건지면 요깃거리라도 사서 연명을 했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쫄쫄 굶기 일쑤였습니다.
이토록 혹독하리만치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이어가던 바르티매오에게 어느 날 마지막 인생 대반전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치유면 치유 소생이면 소생 뭐든 척척 해낸다고 소문이 자자한 예수님께서 근처를 지나간다는 소식을 전해준 것입니다.
바르티매오도 친구들을 통해 그분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예수님께서 근처에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된 바르티매오는 자신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 10,47)
우리도 살다 보면 막막하고 암울한 순간 맞이합니다.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버텨야겠습니다.
버티고 버티던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주님께서 우리 곁을 지나가실 것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도 바르티매오처럼 외쳐야겠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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