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0,19-23
성령님, 저를 이끌어 아버지께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수도회 입회 전 청년 시절, 갑작스레 신앙의 불꽃이 확 타올라, 뭐든 열심히 할 때였습니다.
한번은 3박 4일 일정의 성령묵상회에 참석했습니다.
강도 높은 세미나 과정을 이수하고 난 뒤, 참석자들이 둘러앉아 자신이 체험한 성령의 역사하심에 대해 서로 나누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평소 엄청 과묵하셔서, 웬만하면 입 한번 안 여시던 할아버님께서 완전 달라지신 것입니다.
얼굴도 환해지고, 활기차게 말씀도 하시고, 자유기도도 일사천리로 술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혹시 할아버님께서 아침에 나오실 때, 실수로 할머님 틀니(^^)를 끼고 나오신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알고보니 할아버님은 여러 성령의 은사들 가운데 말씀의 은사를 선물로 받으셨던 것입니다.
성령의 은사에 대해서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주시는데, 주어지는 은사는 다양합니다.
말씀이나 믿음의 은사, 치유나 기적의 은사, 예언이나 식별의 은사,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와
그를 해석하는 은사...(코린토 1서 12장 7~10절 참조)
오늘 우리는 과연 어떤 성령의 은사를 선물로 받았는지,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그 소중한 은총의 선물을 땅에 묻어버리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성령께서 우리 삶 속에 언제나 현존하시고 밀착 동행하심에 대한 명료한 의식을 지녀야겠습니다.
성령께서는 보잘 것 없고 남루해 보이는 우리네 삶 한 가운데 확실히 현존하십니다.
비틀비틀 굴곡진 내 인생길을 기쁘게 동반하십니다.
만사형통할 때도 현존하시지만, 비탄의 골짜기를 걸어갈 때도 현존하십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차가 연료가 고갈로 인해 멈췄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견인차를 부르는 일입니다.
영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기도할 수 없게 된 우리 역시 영적 견인차인 성령을 불러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을 이끌어 아버지께로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하시는 분입니다.
성령께서는 기도가 힘겨운 우리를 대신해서 기도해주시는 분입니다.
역동적이고 활력 넘치는 충만한 기도 생활을 꿈꾸십니까?
그렇다면 성령의 이름을 부르십시오.
성령과 함께 기도하십시오.
기도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성령이십니다.
기도는 나 홀로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기도는 내가 억지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께서 나와 함께 기도하시도록 힘을 빼십시오.
성령께 생각과 의지, 감정과 삶 전체를 맡겨드리십시오.
오늘도 친절하신 성령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이름을 힘차게 부르기를, 함께 기도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를 비춰주십시오. 제 모든 것을 받아주십시오.
기도할 줄 모르는 저와 함께 기도하여 주십시오.
저를 이끌어 아버지께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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