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8,16-20.30-31
요한 21, 20-2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 발끝부터 먼저
공동생활의 햇수가 늘어갈수록 안타까운 일 한 가지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한 그루 거목처럼 되고 싶었는데, 한 그루 청청한 소나무처럼 되고 싶었는데, 웬만해서는 상처받지 않고,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고, 그런 삶을 꿈꿨는데...
현실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맨 날 상처입고, 매일 흔들립니다.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들과의 관계형성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선이 다른 곳에 앞서 우선 내 발끝으로 향해야 되는데, 대체로 시선은 형제들의 허물로 먼저 가게 됩니다.
형제들은 또 한 두 명입니까?
시선이 이 형제에게서 저 형제에게로, 저 형제에게서 또 다른 형제에게로, 그렇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나중에는 하루 일과 전체가 형제의 약점 살피기, 불평불만, ‘뒷담화’, 소모적인 논쟁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제대로 수행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이런 낌새를 알아차린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를 향해 ‘너나 잘 하세요!’라고 질책하십니다.
네 코가 석자면서 남의 걱정하지 말고, 너나 단단히 잘 하라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이웃의 삶에 대한 적당한 관심과 형제적 나눔, 그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합니다.
도를 넘어서게 될 때 늘 참담한 결과가 초래됩니다.
깊은 상처가 남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참된 예수님 추종도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영성생활도 힘들게 됩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추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발밑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바깥으로 향하는 시선을 거두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해야 합니다.
겸손해져야 합니다.
내게 주어진 과제부터 충실히 이행하고 나서, 내 약점부터 먼저 잘 처리하고 나서 형제들에게로 시선을 돌려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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