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요한16,24)
'무엇을 청했는가?'
오늘 복음(요한16,23ㄴ-28)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16,23-24)
무엇을 청했는가?
무엇을 청하고 있는가?
이상합니다. 우리는 매일, 아니 매순간 많은 것들을 청하고 있는데, 그것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하고 있는데,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니 참으로 이상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을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산상설교에서 하신 말씀을 떠오르게 합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6,31-33)
오늘 복음은 내 뜻 안에만 갇혀 있고, 내가 원하는 것에만 갇혀 있음에 대한 예수님의 강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먼저 사랑하고, 내려놓고, 낮아지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뜻(의로움)인데, 이것을 먼저 청하지 않은 것에 대한 예수님의 강한 일깨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대충 믿고 대충 살아서는 결코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영원한 생명에 이르지 못합니다.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 뜻 안에만 갇혀 있으면 결코 완성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 2열왕 15,38)
마산교구 이병우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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