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5,12-17
주님께서 나처럼 큰 죄인에게 친구 맺기를 신청하십니다!
인디언 사회에서 이런 멋진 속담이 있습니다. ‘친구는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사람.’
혹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친구 단 한 명이라도 있었는지요?
내 슬픔, 내 고통, 좌절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사람!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해주고 극진히 아껴주는 사람, 지치고 힘들 때 그의 얼굴만 떠올려도 다시 살아야겠다는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람, 존재 자체만으로도 눈물겹도록 감사한 사람, 억만금을 다 준다 해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
그런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때로 황량하고 거칠며, 때로 모질고 험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런 든든한 친구 한 명 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친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인지라,
세월이 흐르면서 존재의 취약함과 한계가 드러나고, 상처와 실망을 주고받으면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 우리네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모습인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친구, 늘 든든한 친구, 세상 모든 사람이 떠나가도 끝까지 나를 떠나지 않고 내 곁을 지켜줄 영원한 친구가 한 분 우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원래 우리의 하느님이요 창조주이자 구원자셨습니다.
그런데 그 하느님께서 이 땅에 육화강생 하셔서 우리 곁에 가까이 오셨습니다.
은혜롭게도 우리 눈에 포착되신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 따뜻하고 자상한 목자요
스승으로 오셨습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자비와 은총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스승이요 목자요 아버지이신 예수님께서 또 다시 당신의 권위와 위치를 포기하시고, 이제 아예 우리와 친구가 되자고 하십니다. 우리에게 친구 맺기를 신청하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자기 낮춤이며 겸손입니까?
주님께서는 나처럼 흠 많고 허물투성이인 사람에게도 친구 맺기를 하자고 다가오실 것이니, 이 얼마나 은혜롭고 기쁜 일이겠습니까?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