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5,1-8
언제 어디서든 주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으로 인해 충만한 생명력으로 넘쳐나고 있습니까?
몇 년 전 이맘때 150여 그루의 매실나무를 심었습니다.
그저 작은 꼬챙이 같은 묘목을 땅에 꽂으면서, 제 마음속으로 긴가민가했습니다.
과연 이 연약한 친구들이 자리를 잡을 것인가?
혹독한 추위와 강풍을 잘 이겨내고 무럭무럭 성장할 것인가?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넘어가면서,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별로 해준 것도 없는 데, 키가 성큼 성큼 자라났습니다.
원줄기 굵기도 굵어지고, 이리저리 가지가 뻗어 나가더니, 드디어 올봄에는 그리도 기다렸던
매화꽃이 눈물겹게 피어났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대견스럽고 감사하던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십여 그루 남짓 되는 묘목들은 채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비실비실, 시들시들해지더니 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미안한 마음 한 가득이었지만, 흉물이 된 친구들을 그냥 두기도 뭣해 뽑아 버렸습니다.
아직도 서 있는 묘목들은 잘 챙겨드려야지 하면서, 퇴비도 뿌려주고, 지지대도 세워주고, 잔가지도
쳐주고, 이런저런 케어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요한 복음 15장 1~2절)
우리는 모두 주님 포도밭에 서 있는 한 그루 작고 미약한 묘목들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지속적으로 주님 포도밭에 머물면서, 원줄기이신 그분께 딱 붙어 있어야겠습니다.
우리가 비록 한없이 작고 나약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분 가까이 머무르고, 그분과 굳게 결속되어 있을 때, 그분으로부터 넘치는 생명력과 활기를 무상의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우리 얼굴 상태를 확인해 볼 일입니다.
주님과의 결속이 해이해지면서 우리의 영혼이 시들시들, 메말라가는 것은 아닙니까?
언제 어디서든 주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으로 인해 충만한 생명력으로 넘쳐나고 있습니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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