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4,19-28
요한 14,27-31ㄱ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전도 여행길에 나섰던 바오로 사도!
오늘 돌에 맞아 거의 요르단강을 건너갔다 오셨던 바오로 사도에 대한 사도행전의 말씀을 읽으며
아스라한 옛일 한 가지가 생각났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열심히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장난꾸러기 친구 두 녀석이 하라는 축구는 안하고 옥신각신 다투다가, 마침내 손에 돌을 들고 서로 던지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그런 상황도 모르고 열심히 축구에 열중하고 있던 저는, 한 녀석이 잘못 던진 큼지막한 돌에 정통으로 맞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강속구였습니다.
얼마나 강하게 맞았던지 저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돌에 맞기 전만 해도 저는 공부 쫌 한다는 소리 들었었는데, 그 뒤로 도통 집중도 잘 안되고, 학교
성적이 수직 낙하했습니다.
여파가 상당했던 것입니다.
선교 활동에 전념하던 바오로 사도 역시 안티오키아와 이코니온에서 온 유다인들이 던진 돌에 맞았습니다.
그냥 돌이 아니었습니다.
야구공만한 돌이었습니다.
정통으로 맞았던지 바오로 사도 역시 그 자리에서 실신해서 쓰러졌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죽은 줄로 생각하고 도시 밖으로 끌어내다 버렸습니다.
당시 돌은 살상용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건장한 장정들이 손에 손에 돌을 들고 한 사람을 둘러쌉니다.
집행인이 돌을 던지라는 신호를 보내면, 양손에 들고 있던 돌을 일제히 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던집니다.
강속구로 말입니다.
하나 하나 돌을 맞을 때 마다 그 충격이 엄청납니다.
돌에 맞은 부분에서 피가 흐릅니다.
머리에 맞게 되면 즉시 정신이 몽롱해지고, 마침내 외부충격에 의한 뇌진탕으로 절명에 이르게 됩니다.
참으로 끔찍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잔뜩 적개심을 품은 이방인들, 이방인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동족 유다인들,
그들이 던지는 돌팔매 사이를 아슬아슬 피해 다니며, 그렇게 바오로 사도는 유랑 선교 활동에 나섰던 것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삶과 죽음 사이를 오고 갔습니다.
매일 매순간이 살얼음 판 위를 건너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선교활동 중에 체험하게 된 기쁨과 보람도 컸습니다.
그러나 수시로 다가오는 것이 생명의 위협이었습니다.
미움과 박해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오로 사도는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전도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이 마을에서 전도 여행이 성공하면 하느님께 큰 감사를 드리며 찬미의 송가를 불렀습니다.
다른 마을에서 협박하고 위협하면 그러려니 하면서 쿨하게 또 다른 마을로 건너갔습니다.
마치 짐짝처럼 성밖으로 내던져진 바오로 사도였습니다.
돌아가신 줄 알고 슬피 울며 제자들이 둘러싸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훌훌 털며 자리에 일어나셨습니다.
돌에 맞은 후유증이나 트라우마가 상당했을텐데 바오로 사도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이튿날 바르나바와 함께 또 다른 도시 테르베로 갔습니다.
저 같았으면 그 상태에서 한 며칠 연가를 내서 휴식을 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해가 뜨자 벌떡 일어나서 또 다시 복음 선포에 매진했습니다.
그 끔찍한 고통과 혹독한 박해 속에서도 바오로 사도는 제자들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흔들리지 말고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통과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히 전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사도행전 14장 22절)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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