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4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11 조회수 : 331

사도행전 2,36-41

요한 20,11-18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단 세 명이라도  

 

지난 사순절 몇 군데 특강을 다니면서 든 생각입니다.

우선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끄러움을 무릅써야만 했습니다.  

 

‘별 영양가도 없는 내 강의,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신나게 떠드는 나를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신자들께서 별 것도 없는 내 이야기를 듣고 비웃지나 않을까?’ 

 

‘오순절에 베드로 사도께서는 한 자리에서 삼천 명이나 회심시키셨다는데, 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삼천 명은 어림도 없고, 삼백 명? 아니 삼십 명?’ 

 

그러면서 이런 기도를 꼭 바쳤습니다.

“주님, 많이도 말고, 단 세 명이라도...” 

 

오늘 제1독서는 오순절 날에 있었던 베드로 사도의 설교 장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완고하고 콧대 높기로 소문난 이스라엘의 본산 예루살렘에서 공개적으로 설교를 펼칩니다.

설교 장소인 예루살렘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예루살렘이 어떤 곳입니까?

당시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였습니다.

총독은 물론 왕, 고위층 관료들이 대거 몰려있는 수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예수님께서 처형되신 곳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도들에게 있어 기억조차 하기 싫은 장소, 끔찍한 장소, 피하고 싶은 장소,

두려운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께서는 바로 그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십니다.

베드로 사도의 설교는 어쩌면 목숨을 걸고 시작한 설교였습니다.

당시 정치, 종교 지도자들의 심기를 엄청 불편하게 하는 일종의 도전과도 같았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설교는 마치도 쌍날칼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정곡을 찔렀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꿰찔리듯 아팠습니다.

뿐만 아니라 목숨을 걸고 던지는 사자후와 같은 설교였기에 마치 유언과도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삼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회개를 하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이 태어나게 됩니다. 

 

사실 베드로 사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박한 순간에 예수님을 홀로 남겨두고 도망을 간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과 한 패가 아니냐’는 물음에 세 번씩이나 거듭 모른다고 거짓말을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베드로 사도였는데, 지금은 아주 담대하게, 너무도 당당히 예수님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나약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겁내지도 않습니다.

자랑스럽게, 용기 백배 해서 예수님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베드로 사도의 변화, 그 배경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요?

예수님 부활에 대한 생생한 체험이 있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개별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일대일의 만남을 통해 베드로 사도의 내면에서는 죽음으로부터 부활로 건너가는 강렬한 파스카 체험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결과 베드로 사도는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이제 죽음조차도 두렵지 않습니다.

헤로데도, 빌라도도, 최고의회도, 사악한 바리사이들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유일한 관심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더 전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에게서처럼 우리 삶도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의 나날을 보다 쇄신시키길 바랍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우리의 인생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상승하길 바랍니다. 

 

그 결과 우리도 사람들 앞에서 담대하게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라고 외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는 외침은 아마도 이런 신앙고백을 내포하고 있겠지요.

“그분은 구하는 누구에게나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찾아가는 누구에게나 구원을 선사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참 평화와 참 위로를 건네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결국 우리가 사천년 동안이나 기다려왔던 참 메시아이십니다.

이제 우리, 그 오랜 방황을 매듭지읍시다.

서둘러 그분께로 나아갑시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