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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07 조회수 : 316

복음 18,1―19,42

요한이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사제 서품을 받고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아는 지인이 주신 난을 키우면서 화초에 관심을 두게 된 것입니다. 정성을 쏟을수록 푸르름을 드러내는 화초의 모습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그 생명을 바라보는 기쁨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씨앗을 심어서 키우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꽃씨를 사다가 화분에 정성껏 심었습니다.


아침마다 물을 주면서 살피던 어느 날 드디어 싹이 돋아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이제 곧 잎이 나고 줄기가 생기면서 꽃을 피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요. 그러나 저의 기대감을 채울 수 없었습니다. 얼마 후, 돋아난 싹이 시들더니 그냥 죽고 만 것입니다. 하나에 씨앗에서 싹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싹만 트고 곧 시들어 죽어버린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요?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바로 씨앗에서 싹이 튼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 시작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이 분명 우리의 최종 목적지이고 원하는 결과입니다. 이를 위해서 계속해서 성장해야 합니다. 싹만 튼 것을 모두 이뤘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신앙생활의 시작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주님의 뜻을 실천하면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주일 미사 한 번 참석한 것만으로 신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어쩌다 기도 한 번 하고서는 열심한 신앙인이라고 사람들 앞에서 내세워서도 안 됩니다. 약간의 기부와 작은 봉사활동만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은 하나의 싹이 튼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입니다. 아무런 죄도 없으신 분께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배척당하십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십니다. 참 하느님이신 분께서 왜 이렇게 하셨을까요?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당신이 희생 제물이 되신 것입니다. 싹만 맺어버리고 그냥 시들어버리는 우리를 대신해 죽으신 것입니다. 이로써 거름이 되어 우리를 살 수 있도록 해주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를 대신해 죽으신 주님의 사랑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도, 또 많은 아픔과 고통을 동반하도록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인 하느님 나라 안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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