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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7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07 조회수 : 324

복음: 요한 18,1-19,42 

앙의 시선으로 신비로운 십자가 사건을 관찰합시다! 

 

또다시 성금요일입니다.

이 특별한 날,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지는 중요한 과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신앙의 시선으로 신비로운 십자가 사건을 관찰하는 일입니다.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 열렬한 사랑의 마음으로 십자가 사건을 묵상하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완성은 골고타 언덕에서 최종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골고타에서 완성된 십자가 죽음은 아무런 영적 노력 없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영혼에게만 그 참된 가치, 무한한 은총이 선물로 주어집니다. 

 

예수님의 겟세마니 고통을 묵상하는 일은 예수님의 구원 사업에 가장 깊이 참여하는 일이자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가 되려는 노력이며, 우리 영혼을 위해 가장 가치 있는 일입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의 무고한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일상 안에서의 작은 고통과 죽음을 기꺼이 감내하고 수용해야겠습니다. 

 

1. 사형선고 받으심-밤새 계속된 채찍질로 인해 예수님의 몸은 이미 피투성이입니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인 예수님께 빌라도는 사형을 선고합니다.

창조주께서 자신이 빚어 만드신 한 피조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철저한 순명으로 새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정말 이해 못할 신앙의 신비입니다.

신비의 십자가 앞에 그저 조용히 무릎을 꿇습니다. 

 

2. 십자를 지심-군인들이 십자가 나무에서 손을 떼자마자 예수님의 몸이 심하게 휘청거립니다.

총독관저에서 출발해서 골고타 언덕에 이르는 길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나와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을 당신 등에 지고 힘겹게 골고타 산을 오르십니다.

우리 깊은 상처를 싸매주기 위해 또 다른 십자가를 지십니다. 

 

3. 첫 번째 넘어지심-예수님께서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그만 바닥으로 넘어지고 맙니다.

병사들은 빨리 일어나라고 맹수처럼 으르렁댑니다.

겨우 일어나신 예수님, 이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다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예수님을 넘어지게 만든 것은 십자가의 무게가 아니라 우리가 저지른 죄의 무게입니다. 

 

4. 어머니 마리아를 만나심-사랑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처참한 얼굴로 말입니다.

아들 대신 십자가를 졌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늘이 내려앉는 깊은 슬픔 가운데서도 어머니는 혼절하지 않습니다.

당신 아들 예수님이 건네는 시선에서 지금이 ‘그 때’라는 것을 압니다.

그저 예수님의 시선에 고개만 끄덕거릴 뿐입니다. 

 

5.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지심-병사들의 채찍에도 예수님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합니다.

마음이 급해진 병사는 시몬을 끌고 와 돕게 합니다.

예수님의 얼굴은 온통 피와 땀으로 얼룩져있지만 그 와중에도 나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보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메시지를 건네십니다.

도와줘서 고맙다고. 그대의 친절을 꼭 기억하겠노라고. 

 

6. 베로니카가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처참한 예수님의 얼굴과 베로니카의 시선이 마주합니다.

그녀는 저지선을 뚫고 용감하게 예수님을 향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품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수건을 꺼내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립니다.

하얀 수건에는 혈흔으로 그려진 예수님 얼굴이 생생히 새겨집니다.

저도 오늘은 또 다른 수난 예수님을 위해 깨끗한 수건 하나 마련해야겠습니다. 

 

7. 두 번째 넘어지심-예수님께서 또 다시 넘어지십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직립(直立)입니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일어섬으로 자신의 생명을 발현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합니다. 

 

그런데 구세주 하느님께서 또 다시 넘어지십니다. 세상의 폭력 앞에 수시로 넘어지고 나뒹구는

가련한 영혼들과 함께 같이 넘어지십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십니다.

저도 이제 그만 일어서야겠습니다. 

 

8.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제대로 된 인간대접 해주신 분,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신 분이 내 앞을 지나가십니다.

이렇게 가셔서는 안 되는데, 그 큰 사랑 갚으려면 아직도 멀었는데...뭐라 위로의 말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오히려 그분께서 위로의 말을 건네십니다.

나는 괜찮단다.

나는 곧 죽겠지만 내 죽음으로 인해 너희가 살겠구나. 내 십자로 인해 너희가 구원되겠구나. 

 

9. 세 번째 넘어지심-3이라는 숫자는 완성과 완전함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 3번 넘어지셨다는 것은 완전히 넘어지셨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겸손이 완성되었다는 말입니다.

세상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신 예수님께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내 이름을 부르십니다.

나와 함께 다시 일어서자고, 나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10. 병사들이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초와 쓸개를 마시게 함-구세주 하느님께서 인간들에 의해

옷 벗김을 당합니다.

세상에 이런 큰 반역과 배은망덕이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느끼셨을 극도의 수치심이 눈에 선합니다.

내 이 큰 고통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의 극점에 서신 예수님으로 인해 치유됩니다. 

 

11. 십자가에 못 박히심-치욕의 십자가 예수님께서는 충분히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진해서 십자 위로 올라가십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만 생각하신 예수님, 그분의 순명으로 이 세상에 구원이 왔습니다.

우리 죄인들도 희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12.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심-십자가 죽음으로 모든 것을 완수하신 예수님께서 드디어 모든 것을 획득하십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새로운 왕권의 첫출발을 알리는 깃발입니다.

구원의 서막입니다.

십자가 없이는 구원이 없습니다.

저 역시 죄에 죽겠습니다.

거짓된 자아에 죽겠습니다. 쓸데없는 우월감과 교만함에 죽겠습니다. 

 

13.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십자가에서 내려진 차가운 예수님의 시신을 품에 안으신 성모님을 생각합니다.

십자가 아래서 견뎌내야 했던 성모님의 영적인 고통은 십자가상 예수님의 육체적 고통을 능가했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육체적 죽음에 당신의 영성적 죽음으로 동참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14. 무덤에 묻히심-예수님께서 지금은 비록 무덤에 묻히시지만 그 무덤은 곧 빈 무덤이 될 것입니다.

빈 무덤은 예수님의 진정한 부활을 선포합니다.

빈 무덤은 예수님께서 참 하느님이시며 만왕의 왕임을 드러내는 확증입니다.

빈 무덤은 하느님의 사랑이 죽음을 이겨냈음을, 예수님의 겸손과 순명이 죽음을 물리쳤음을 온 세상에 선포하는 표징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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