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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4-02 조회수 : 272

마태오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지난달, 서울로 강의 갔을 때 깜짝 놀랄만한 체험을 했습니다. 전철을 탔는데 마침 빈자리가 있어서 얼른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편하게 가겠구나. 오늘 정말로 운이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방 안에서 읽으려고 넣어둔 책을 꺼내 읽고 있었지요. 한참을 읽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이 자리에는 아주 젊은 긴 생머리의 여자가 앉아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렸을 때 보게 된 분은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였습니다. 피곤해서 잠시 졸았던 것이 아닙니다. 책이 재미있어서 계속 깨어있었고, 또 혹시라도 내려야 할 지나칠까 봐 계속 전철역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옆자리의 사람이 바뀐 것을 몰랐습니다. 혹시 이 자매님이 변신한 것일까요?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책에 신경 쓰고, 전철역 확인에만 신경 쓰다 보니 불과 몇 센티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사람의 변화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이렇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무관심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신경을 쓰고 있느냐에 따라, 그 무관심은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주님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우리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가서 미사 참석하면 자신의 의무를 다하면 그만이라는 생각만 있는 사람이 과연 늘 우리 곁에 계신 주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을까요?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시는 주님을 볼 수 없습니다. 오로지 세상 것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바로 옆에 계신 주님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주님이십니다. 그렇기에 계속 주님께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만 우리는 기쁨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성토요일’까지의 한 주간을 교회는 ‘성주간’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교회의 전례 주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주간입니다. 이 주간의 시작인 오늘, 우리는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는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합니다. 이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호산나’를 외치면서 열렬히 환호합니다. 그러나 이 반응이 계속되었을까요? 불과 며칠 뒤, 사람들의 반응은 180도 바뀌어서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왜 예수님을 참 하느님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요? 예수님께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만 예수님을 보려고 했기 때문에, 구원자가 아닌 없애야 할 흉악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께 과연 집중하고 있을까요? 주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사랑 안에서만 제대로 주님께 집중할 수 있습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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