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말씀]
■ 제1독서(이사 50,4-7)
바빌론 유배시대 동안 익명의 예언자 제2이사야는 이스라엘 백성이 기다려온 메시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메시아를 예고한다. 예언자는 화려한 궁궐에 사는 권세의 임금과는 거리가 먼 비천한 종의 모습을 띠고 있는 메시아,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은 채”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세상의 온갖 악의 대가를 대신 짊어지기를 수락하는 희생양으로서의 메시아를 그린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신가?
■ 제2독서(필리 2,6-11)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그리스도의 영광을 노래했던 초대 공동체의 찬미가 하나를 인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초대교회가 일찍부터 “예수는 주님이시다”라는 기본적인 신앙 고백을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 곧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으로서 하느님과 본질이 같으신 분이셨지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신 분이다. 그분의 모든 삶은 따라서 사랑의 선물로 인식되며, 그분의 부활은 이 사랑의 승리를 드러낸 사건으로 길이 머문다.
■ 복음(마태 26,14-27,66)
예수님의 전 생애가 (구약)성경이 예고했던 바와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복음저자 마태오는 수난사건을 성경에 이미 예고된 사건으로 제시한다. 그러니까 마태오에게 수난사건은 하느님의 계획과 결정에 따라 펼쳐진 사건이었다. 예수님을 죽음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이, 상반되는 두 가지 역동적인 사건의 흐름을 타고 있다. 하나는, 사악한 마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예수님에 대한 적대감이 연이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그 적대감의 희생양이 되신 주님의 반응이다. 주님은 인간의 적대감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십자가상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으로 극복해 나가신다. 인간의 적대감이 크면 클수록 주님의 승리는 더욱 빛난다. 특히 마태오는 성전 휘장이 찢어지는 사건을 언급함으로써 옛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으로부터 갈라져 있던 세상이 끝나고, 이제 새 세상, 사람이 하느님과 함께 하는 세상이 열리게 되었음을 선포한다. 그리고 이 새 세상에는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셨다.”하고 고백하는 이방인들도 포함될 것이다.
[새김]
■ 예루살렘 입성, 이날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상호 몰이해가 극에 달했던 날이다. 제자들에게 이날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바대로, 성도(聖都) 예루살렘을 차지하여 스승과 함께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 있으리라 믿었던 날이었으나, 그리스도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날이었다. 군중의 환호성 속에서 그분은 이미 이들이 당신을 저버리고 십자가형에 처하리라는 사실을 내다보신다. 제자들이 기대했던 바와 달리 인간이 아닌 하느님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 주님 수난 성지주일인 오늘, 장엄한 의식에 경건하게 참여하면서 이날의 진정한 의미를 밝혀 줄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을 미리 내다보기로 하자. 또한 주님의 고통을 묵상하고 진정한 회개로 그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한 주간을 가장 거룩하게 맞이하여 부활의 기쁨에 다가서도록 하자.
진정한 회개로 주님의 수난에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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