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0,31-42
예수님은 순명과 겸손, 평화와 비폭력의 주님이셨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누군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살기등등한 얼굴에, 손엔 끔찍한 흉기를 들고, 노골적인 살의를 갖고 내게 달려드는...
그런 상황 한번 겪고 나면 남게 되는 트라우마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다가도 식은땀을 흘리며, 몇 번이고 깨어나고를 반복할 것입니다.
이런 트라우마는 평생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저는 수십 년이 흘렀지만, 끔찍했던 사건이 꿈속에서 반복되곤 해서, 자다가도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곤 합니다.
그런 장면은 스릴러나 조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지 통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 내내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셨습니다.
적대자들은 틈만 나면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우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여차하면 어른 주먹만 한 돌을 손에 손에 들고 예수님을 에워싸며 협박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 내내 삶과 죽음 사이로 난 벼랑길 위를 아슬아슬 위태위태 걸어가셨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아버지의 전지전능하심을 물려받으신 능력의 주님이셨습니다.
까짓것 유다인들 천 명, 로마군사 만 명, 말씀 한마디로 하늘에서 불벼락을 내려 싹 쓸어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순명과 겸손, 평화와 비폭력의 주님이셨습니다.
끝끝내 무력을 쓰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당신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도록 인내하시고 순명하셨습니다.
사순시기는 이런 예수님의 일상 안에서의 작은 죽음, 그리고 큰 죽음, 다시 말해서 골고타 언덕 위에서 맞이하신 결정적인 죽음을 묵상하고, 우리 삶 속에서 실천하는 시기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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