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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3-24 조회수 : 572

요한 7,1-2.10.25-30 

<그들은 예수님을 잡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분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 

 

두려움은 내가 만든 껍데기 안에 산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곧잘 하였습니다.

그러나 2학기가 되면서부터 성적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쳐다보지도 않았던 대학에 가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성적이 더 안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이런 두려움 때문에 경련을 일으켜 엠뷸런스에 실려 가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을 고3병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제 시험지만 받으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귀에서 쇠 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집중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혼자만 고민을 할 뿐 누구에게 상담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대입시험 2달을 남겨놓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친구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 친구는 놀랍게도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에이, 바보. 진작 내 말대로 정신병원에 가보지.” 

 

저는 정신병원이라 하면 미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에도 제가 이것을 그 친구에게 물어보았지만 어처구니가 없어서 무시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난 3학년 시작 할 때부터 다니고 있어.” 

 

이 친구가 말한 것은 신경정신과였습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신경안정제와 같은 것을 복용하며 공부를 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2달 동안 의사에게 상담하고 약을 받아먹었습니다.

심리적인 이유인지 약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2달은 성적이 더 이상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에게 나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지 않았거나 혹은 그 친구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면 저의 성적은 더 떨어졌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내 처지를 인정하고 솔직해 지는 것, 이것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해 지면 모든 사람이 다 두려워 감추고 있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이후로도 저는 솔직해지려는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정신과에서 약을 먹으면서 학교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고 다녔는데 어떤 분이 이렇게 충고를 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이야기 사람들에게 하지 마.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거든.

취직하기도 힘들고 결혼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그러나 저는 계속 하고 다녔습니다.

부모님은 배우지 못한 분들이고, 집이 가난했다는 이야기도 서슴없이 합니다.

솔직하지 못하면 아무 두려움도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계속 나에게 껍데기를 씌워 결국 나를 가두고 죽이게 만듭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아예 두려워할 것을 없애버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면 결코 부끄러운 것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도 자신을 잡아 죽이려고 하는 예루살렘에 겁도 없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설교도합니다. 

사람들은 그 용기에 신기해합니다. 

 

“그들이 죽이려고 하는 이가 저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보십시오.

저 사람이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최고 의회 의원들이 정말 저 사람을 메시아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예수님은 숨길 것이 없으십니다.

제자들은 그분이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다가 잡혀갈까봐 두려워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두려움에 져서 움츠려 들고 솔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사탄이 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항상 당신 모든 것을 대놓고 이야기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세바시 152회에 권율이라는 사람이 ‘내 안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에 대해 강의를 했습니다.

권율은 미국 태생 한국인으로 한국말도 잘 못하고 천성적으로 혀가 짧아 발음도 좋지 못합니다.

그런데다 그가 어렸을 때는 한국 사람들이 소수민족으로 굉장한 차별을 받을 때였고 학교에서는 화장실에서 아이들에게 맞을까봐 오줌이 마려워도 결코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화관도 가지 못했고, 백인들과 여자들 앞에서는 온 몸에 땀이 흠뻑 젖을 정도로 긴장을 해서 아예 사람과 만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죽음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자신이 알았던 어떤 형도 그런 어려움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도 그렇게 계속 나가면 정말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움츠려들지 않기로 결심했고 학교에서 질문을 하나 이상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스피치 동아리에도 가입하고 운동모임에도 가입하여 친구를 사귀었고 친구들과 자신의 어려움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늦기 전에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청하라고 충고합니다.

지금은 성공한 회사의 리더가 되어 있습니다. 

미국 TV쇼에도 출연할 정도입니다.

이 분이 이렇게까지 되기 위해서 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사람들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겸손한 진실함’이었습니다. 

 

감추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거짓된 내가 만들어 놓은 내 자신 안에 갇히게 되는 것뿐입니다. 

그곳엔 온통 두려움뿐입니다.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서십시오. 

사실 나의 단점을 당당하게 말할 때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솔직함의 힘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내가 숨기고 싶어서 껍데기를 씌워놓은 그 집에서 거처합니다.

따라서 솔직해질 때 껍데기는 벗겨지고 두려움은 살 집을 잃게 됩니다. 

 

부끄러운 것이 내 안에서 곪아서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빨리 터뜨려버리십시오.

자유는 솔직함에서 시작되고 솔직한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거처할 곳이 없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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