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이사야서 49,8-15
한때 잘나가던 나였는데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신앙 여정 안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절실히 체험했던 방황과 좌절, 그리고 희망을 실감나게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아무런 이정표도 없이 홀로 걸어가던 이스라엘은 자주 "주님께서 날 버리셨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기약도 없는 유배생활의 서러움에 눈물 흘리며 백성들은 "주님께서 날 잊으셨다"고 통곡했습니다.
살아가며 우리도 똑같은 체험을 할 때가 많습니다.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철저한 실패로 인한 사면초가 상황 앞에서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그렇게도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때 그렇게도 의기양양하던 나였는데, 도대체 이게 뭔가?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있나?"
"아마도 주님께서 날 잊으셨나보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극심한 통증에 짓눌려 하루 하루를 살아가게 될 때, 하루 종일 하릴없이 천장만 멀뚱멀뚱 바라보면서 하루를 죽이는 순간이 올 때, 나라는 존재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망각되어갈 때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날 버리셨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절대로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그런 극심한 "바닥체험"을 통해 우리를 단련시키시고 하느님 나라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우선 우리를 괴롭히고 좌절시키지만 조금만 멀리 내다볼 때 우리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은총입니다.
때로 우리가 겪게되는 잊혀졌다는 느낌은 역시
조금만 관대한 시각으로 바라다보면 우리에게 더욱 주님가까이 나아가라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릴 버리시다니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제 1독서의 말씀처럼 우리 주님만은 그럴 분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를 낳은 어머니가 우릴 버릴지라도 주님만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온통 자비만으로 충만하신 분,
넘어지는 누구라도 붙들어주시는 분,
일체의 조물들을 어여삐 여기시는 분,
이 세상이 끝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분만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
그분이 바로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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