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3월 2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3-21 조회수 : 352

에제키엘 47,1-9.12

요한 5,1-16 

단 하루라도 사람답게 한번 살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 

 

벳자타 연못가의 한 중병환우가 기적처럼 예수님을 만나 구원받는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감동적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서른여덟 해 동안이나 앓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다가가셨을 때, 스스로 일어나지조차 못해 누워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뇌졸중이나 중풍이었겠죠.

점점 병이 깊어가면서 사지가 마비됨으로 인해 나중에는 한걸음 옮기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습니다. 

 

변변한 의료시설이나 치료약이 전무했던 당시에 그런 병에 걸렸다는 것은 한 마디로 사형선고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모진 게 사람 목숨이라고, 점점 깊어가는 병을 바라보며 견디고 또 견디다보니 어언 서른여덟 해가 지나갔습니다. 

 

그 동안 옆에 누워있던 다른 환자들은 다들 먼저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그도 이제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명이 다하는 멀지 않은 어느 순간 세상 뜨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료 효과가 좋기로 유명한 베짜타 연못가에 초점 없는 눈동자로 하루하루 세월을 죽여가며 그렇게 누워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그는 목숨이 붙어있기는 했지만

사실 죽은 목숨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런 그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그리고 일어나라고, 걸어가라고 외치십니다.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무의미한 죽음의 삶에서 의미로 충만한 생명의 삶으로 건너오라고 외치십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요한복음 5장 8절) 

 

어쩌면 천둥처럼, 그리고 감미로운 산들바람처럼 다가온 예수님의 말씀에 그의 경직되고 마비된 살과 뼈가 순식간에 부드럽게 풀렸습니다.

마치 거짓말처럼 그는 부드럽게 일어섰습니다.

마침내 그 오랜 세월 의지처였던 들것을 자신의 두 손으로 번쩍 들고 자기 발로 걸어갔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아무런 희망이나 기약도 없이 누워있었던 세월이 38년이었습니다.

당시 유아사망을 빼고 나면 대체로 50세 정도가 평균 수명이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니 그는 평생토록 들것 위에 누워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그가 은혜로운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인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리를 툴툴 털고 벌떡 일어난 것입니다. 

 

그 옛날 벳자타 연못가의 환우처럼 점점 기력을 상실해가는 오늘 우리 교회, 점점의 사지에 힘이 빠지고 마비증세가 두드러지는 오늘 우리 수도회의 모습, 그리고 비슷한 처지인 나 자신의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주님께서는 기적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교회를 찾아오실 것입니다.  

 

이제 다 끝났어!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라고 낙담하는 우리에게 아직 거짓말처럼, 따뜻한 봄바람처럼 살며시 다가오실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오늘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벳자타 연못가의 환우가 지니고 있었던 예수님을 향한 굳은 신앙입니다.

그분께서 반드시 나를 치유시켜주시리라고 믿는 강렬한 믿음입니다.

그분의 은총에 힘입어 치유를 받고 단 하루라도 사람답게 한번 살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