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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3-20 조회수 : 330

마태오 1,16.18-21.24ㄱ 

얼토당토않은 불의한 현실 앞에 침묵함은 미덕이 아니라 악덕입니다! 

 

 

마리아의 배필이자 예수님의 양부(養父)셨던 요셉이었습니다.

비록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요셉은 이 세상 그 어떤 친부(親父) 못지않게 예수님을 양육하는데 있어 지극정성이었습니다. 

 

마리아와의 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혼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기묘한 동거였지만, 요셉은 이 세상 그 어떤 남편보다도 마리아에게 자상하고 충실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요셉은 마리아와 더불어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복음 사가들은 한결같이 요셉의 생애와 행적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복음 사가들은 예수님 탄생 전후, 아주 제한적으로 요셉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과월절을 맞이하여 소년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 성지 순례를 다녀오는 것을 끝으로,

요셉은 완전히 자취를 감춥니다. 

 

요셉에 대한 복음 사가들의 제한적인 기록, 이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만큼 요셉은 과묵하고 진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법 없이도 살 의로운 사람, 주님의 뜻에 충실했던, 주님의 명령과 초대에 절대 순명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요셉이 어떤 유명 인사의 부모처럼 말이 많은 사람이어서,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면서 이러쿵 저러쿵 인터뷰를 하고, 이 방송사 저 방송사 다 출연하고 다녔다면, 예수님께 얼마나 큰 부담이 되었을까요? 

 

다행히 성모님과 더불어 성 요셉은 침묵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떠벌이기보다 조용히 기도하고 관조하며, 작게나마 주님의 구원 사업에 작은 도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침묵의 사도 요셉 성인 축일에 침묵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침묵할 때와 침묵하지 말아야 할 때를

잘 식별할 수 있는 은총을 거듭 주님께 청해야겠습니다. 

 

얼토당토않은 불의한 현실 앞에 침묵함은 미덕이 아니라 악덕입니다.

무죄한 이웃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 앞에 침묵함은 죄악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성숙과 나약함, 위선과 이중성에 대한 신랄한 지적 앞에 침묵과 숙고, 성찰과 회개의 여정은 우리를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미덕이 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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