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허전한 마음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어떤 의미에서 나자렛 사람들은 하느님으로부터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려왔던 구세주 예수님께서 자기 마을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보통 큰 경사가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 동고동락해왔던 고향마을 사람들!
예수님께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 정겨웠던 사람들, 꿈과 추억을 만들어준 따뜻한 이웃들이었습니다.
나자렛 사람들!
예수님께서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계셨던 사람들이었기에, 그 어떤 사람들에 앞서 가장 먼저 복음을 전파하고 싶으셨습니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데 있어서 첫 번째 대상자가 나자렛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을 철저하게도 무시합니다.
예수님의 메시아성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불경한 사람으로 단죄하고 돌로 쳐 죽이려고 까지 합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들고 일어나 예수님을 즉결심판에 처하려고 합니다.
일정한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습니다.
죽입시다! 옳소! 하는 식의 인민재판식으로, 다수의 폭력으로 예수님 한 사람을
처단하려고 합니다.
산벼랑까지 끌고 가서 밀어뜨리려 합니다.
다행히 예수님은 구사일생으로 궁지에서 빠져나오셔서 자신의 갈 길을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자신을 끝까지 거부하고 단죄하는 나자렛을 영원히 떠나십니다.
해도 해도 안 되다보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고향마을을 등지십니다.
이제 고향마을 사람들은 예수님 복음, 구원의 기쁜 소식과는 거리가 먼 철저한 이방인이 되고 맙니다.
반대로 비록 동향은 아니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인 이방인들이 복음의 수혜자가 됩니다.
세례 받은 지 오래 되었다고 해서, 수도생활이나 사제생활의 연륜이 많다고 해서, 성당 가까이에 산다고 해서, 단체장을 맡는다고 해서 절대로 신앙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나 겸손하고 진지하게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하느님의 자취를 찾아나가려는 매일의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으로 동족으로부터 발길을 돌리시는 예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묵상하며,
우리 각자가 몸담고 있는 신앙공동체의 영적인 상태는 어떠한지 진지하게 반성해보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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