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5,1-3.11ㄴ-32
참된 신앙은 두려움의 집에서 걸어 나오는 것입니다!
복음서 안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비유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대목이 돌아온 탕자의 비유입니다.
돌아온 탕자의 비유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말이지 단출합니다.
첫째 아들, 둘째 아들, 그리고 아버지입니다.
전에는 이 비유를 묵상할 때마다, ‘나는 과연 첫째 아들인가? 둘째 아들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 안에는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그리고 아버지가 동시에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 안에는 죄 없다고 큰소리치며, 돌아온 동생을 손가락질하는 큰아들의 모습과 크게 가슴치며 탄식하는 작은아들의 이미지, 그리고 사랑밖에 모르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동시에 들어있습니다.
사실 큰아들은 작은아들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판공성사 좀 보라고 외쳐도 ‘나는 아무 죄가 없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판공성사 본 지가 5년, 10년이 넘었는데도 말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선량한 이웃들을 큰 궁지로 몰아넣는 패악을 저질러놓고도, 반성하기는커녕 큰소리치고, 의기양양하게 활보하는 적반하장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 큰아들입니다.
우리는 부단히 큰아들에서 작은아들로 넘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큰아들에서 작은아들로 넘어온 이후에 또 한 가지 과제가 생깁니다.
날이면 날마다 ‘나는 큰 죄인이다.’‘나보다 더 큰 죄인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라고 외치기만 하면서 살아서는 또 안 될 일입니다.
이제는 작은아들에서 아버지에게로 넘어갈 순간입니다.
죽을죄를 짓고 돌아왔지만, 두 손을 활짝 벌리고 뛰어나와 맞이하신 아버지의 크신 자비를
온몸으로 느낀 작은아들입니다.
그렇다면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그 한없는 따뜻함, 그 극진한 환대를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용서받은 자로서 이제 밥 먹듯이 용서할 때입니다.
치유 받고 구원받은 자로서 이제 틈만 나면 치유와 구원의 손길을 펼칠 때입니다.
탕자의 귀환을 통해 드러난 영적 순환(큰아들☞작은아들☞아버지), 그것은 오늘 우리네 일상생활 안에서 부단히 되풀이되어야 할 아름다운 스토리입니다.
“참된 신앙은 두려움의 집에서 걸어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계시는 사랑 자체이신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헨리 나우웬 신부)“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는 엄격함이 아니라 자비의 영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온유하고 참을성 있고 선하고 자비로운 교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요한 23세 교황)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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