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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08 조회수 : 467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 두려움을 놓아두면 용기가 잡아먹힌다 > 
 
한나라의 궁궐엔 수천 명의 미인들이 왕을 위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직 왕이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며 평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미인들은 왕이 자신을 찾도록 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연구해야 했습니다. 
 
왕이 혼자서 그렇게 많은 미인들의 마음을 만족하게 해 줄 수는 없는지라 왕은 황실 화가로 하여금 후궁들의 모습을 그려 바치게 했습니다.
후궁들의 운명은 자연 화가의 붓 끝에 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궁들은 앞을 다투어 화가에게 뇌물을 바쳐야했습니다.
돈 맛을 본 화가는 뇌물의 많고 적음으로 후궁들의 아름다움을 조작하였습니다. 
 
어느 해의 일입니다.
한나라의 왕 원제는 외교상의 필요에 의하여 그 당시 걸핏하면 자기 나라 변경을 어지럽히는
흉노족의 왕 호한야 선우에게 후궁들 중에서 한 사람을 선물로 주기로 하였습니다.  
 
왕은 화가가 그려준 그림을 토대로 가장 밉게 생긴 그림의 후궁을 골라서 흉노족의 왕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습니다.
흉노족의 사신에게 그 후궁에 대해서 입이 마르도록 거짓 칭찬을 한 다음 작별 인사를 하러 인사차 들러 후궁을 보고는 왕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서고금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굉장한 미모의 소유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바로 중국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소문난 양귀비, 서시, 초선과 함께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왕수군이었습니다. 
 
왕은 아깝고 절통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황제라는 체면과 이미 약속한 바가 있기 때문에
고스란히 주고 말았습니다.
뇌물을 받아먹고 사심의 마음으로 붓을 휘둘러 최고의 미인을 고의로 추녀로 그려낸
황실 화가가 무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화가 모연수는 그날 부로 목과 몸뚱이가 분리되는 참화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서경잡기(西京雜記)라는 책에 기록된 역사라고 합니다. 
 
[출처: ‘화가 모연수의 거짓 그림’, Lectio Divina, https://lectio.tistory.com/603
 
모연수는 돈에 집착하여 거짓 그림을 그렸습니다.
집착하면 그 집착하는 것을 잃지 않으려는 ‘두려움’의 감정이 발동합니다.  
 
사람은 두려움에 조종당합니다.
두려움에 조종당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느님도 우리를 조종하기 위해 들어오시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면 하느님을 모실 공간이 사라집니다.
모연수는 집착에서 오는 두려움의 감정을 간파하고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했어야합니다.
그래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바로 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힘을 믿고 바람에 맞서 노를 젓느라고 애를 씁니다.
그러다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유령인 줄로 생각하여 비명을 질렀다.”고 말합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을 통해 제자들의 놀라고 두려운 반응을 부각시키며
“그들은 빵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완고해졌던 것이다.”란 말로 결론을 맺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하십니다.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나다!”라고 하시는 주님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레미제라블’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전과자였던 장발장은 과거를 숨기기 위해 새로운 이름으로 어느 지방 도시의 시장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과를 훔치다 붙잡힌 한 노인이 수배 인물 장발장으로 판명이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장발장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조용히 있어야 하는가? 정체를 밝혀야 하는가?’ 
 
그는 벽장 속 깊숙한 곳에서 자신이 진짜 장발장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심한 갈등과 번민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 날, 재판정에서 판사의 언도가 내려지려는 순간 장발장은 일어서며 당당히 소리칩니다.
‘내가 장발장이요!’ 
 
장발장은 자신을 대신하여 처벌을 받을 뻔한 노인을 위해 명예와 권세를 모두 포기할 줄 알았습니다.  
 
집착이 없어야 두렵지 않습니다.
두려움이 없어야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용기가 있는 사람 안에는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십니다.
그 사람이 두려움을 이겼기 때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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