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2월 26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2-26 조회수 : 159

열린 마음

 

 

오늘 복음은 요한이 예수님께 건네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보려고 하였습니다.”

열두 사도 가운데 왜 요한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도 요한하면 주님의 사랑받는 제자로 알려질 정도로 사랑의 제자였지만, 형 야고보와 함께 성격이 매우 급하고 흥분을 잘했기에(루카 9,54), 예수님이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별칭을 붙여 준 제자이기도 합니다(마르 3,17).

때로는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예수님의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과욕에서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그리스도의 권능조차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는 유혹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이러합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묵상해 볼 것이 참 많은 말씀입니다. 요한처럼 그렇게 주님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도, 한낱 질투심에서 이웃의 접근을 가로막거나 훼방하는 우리의 모습이 한심하게 비칩니다.

 

타종교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히 프로테스탄 신자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가톨릭교회를 비난하거나 비방할 때 화가 나기도 합니다. 때로 언성을 높인 경우도 한두 번씩 있으실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배운 교리와 살고 있는 신앙을 토대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도 그들을 대할 때 똑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앞세워야 합니다. 타종교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그 종교를 알고자 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제양성 기관인 가톨릭 대신학교에서 유교, 불교, 무속 등 타종교에 대해 공부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프랑스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학교의 요구로 불교 학점을 더 이수한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럽에서 불교를 공부한다는 것이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대로 공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 토양 마련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불교와 유교와 무속은 기본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타종교 성직자 양성기관에서 정규 과목으로 가톨릭 신학을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그래도 가톨릭이 큰 종교라는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당연한 것인데도 말입니다.

 

오늘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해 왔던 좁디좁은 공동체의 벽을 허물고 폭을 넓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려는 노력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할 수 있도록 가톨릭 신앙인다운 말과 행동을 뽐내는, 너그럽고 온유한, 그래서 활짝 열린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